1363년은 문익점 선생이 붓두껍속에 목화씨를 숨겨온 역사적인 해로 기록되
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민족은 무명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종자 하나가 그렇게 중요한 나라의 재산이 될 수 있음을 단적으
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토종의 가치를 몰라본 후손들에 의해 국내 토종 종자들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이젠 아예 한반도에서 종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종자의 '씨"가 마르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심지어는 우리의 토종 동·식물이 해외로 유출
됐다가 육종연구 등을 거쳐 역수입 되는 등 토종의 국외유출과 종자보존의
무관심에 '외래 일색"의 큰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역수입되는 신세로 전락한 토종
북한 장수산이 원산지인 장수만리화는 미국으로 유출된 뒤 역수입 되는 대
표적 식물이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약 30%를 장악하고 있는 '미스킴 라일
락"은 북한산 정향나무가 건너간 것으로 현지에서 그루당 30달러 정도의 고
가에 팔리고 있는 수종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자생하는 원추리는 미국에서 하루백합(daylily)으로 개
량돼 최고 300달러에 팔리는 실정이다.
경제위기란 외부적 요인까지 겹친 종자는 더욱 심각하다.
IMF외환 위기 당시 굵직한 국내 종묘사들이 대거 외국자본에 넘어가면서 외
식일색의 판도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토종종묘 시장이 외국자본에
완전 잠식되는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국내 토종종묘를 내
세울 수 있는 기대치는 국내업체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농우바이오의 현 시
장 점유율인 22~23%와 비교하면 알맞을 것이다.

외국종묘회사 일색의 시장구도는 유전자원 유출뒤 국내 역수입 등을 의미하
는 것으로 국내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종자 보호를 위한 유전자원의 국외유
출 방지와 국내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들어 수입쿼터가 풀린 국내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은 생우 수입을 만연
케 해 토종인 한우의 보호육성책을 부르짖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돼지와
닭의 경우 일찌감치 시장이 개방돼 현재는 외국산과 토종의 잡종교배가 이
뤄진 상태에서 이미 순수토종 혈통을 찾기란 어렵다.
씨받이 격으로 활용되던 종돈(種豚)의 경우 지난 97년 생돈 수입 허용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6천900여마리가 수입돼 실상 토종 혈통을 구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수입 종계(種鷄)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해 무려 247만4천여마리가 수입돼
토종처럼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현실이 됐다. 수산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
어서 수산물업계에도 토종을 그리워 하는 물결이 이미 형성됐다.

▲보호받지 못하는 보호 동식물 방관 풍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총 2만9천800여종이며 이가운데 멸종위기종
43종, 보호종 151종, 천연기념물 258종 등으로 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
는 야생 동·식물 관리 실태는 거의 낙제점수 수준이다.
이같이 서서히 토종이 사라지고 있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외래종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민물고기 50여종 가운데 다뭇장어와 통사리 등 20여종은 이
미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블루길이 판을 치고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
지고 있는 황소개구리가 생태계 한중간에 서서 왕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실이 됐다.

이같은 암담한 현실상황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생물표본관
(자연사 박물관)을 1천176개를 갖고 있는 것을 비롯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와 하다못해 일본만 하더라도 수백개씩의 표본관을 갖고 있다”며 국내 대
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약 20여만점의 우리 생물 표본을 분산 관리하고 있을
뿐 마땅한 생물표본관 한곳 없는 국내상황을 비교하며 개탄하고 있다.

▲현실직시와 토종 수호
최근 토종에 관한 연구와 활성화방안 모색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우리의 들녘 풀들이
'야생화 전시회" 형식을 빌려 활성화 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점도 그나
마 다행스런 일이다.
토종 지키기 운동 차원에서 아예 도시주변을 야생화로 꾸미자는 여론과 함
께 도내 회원농협인 포천 영중농협이 야생화 전문농협으로 탄생하는 등 상
당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농업계를 진원지로 하고 있는 토종에 대한 관심은 또 아예 토종 작목
반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 수입산 농산물 속성상 유통과정 등 장기관 보존을 위해 약품처리를 하게
되고 유전자 조작 등 국민건강이 우려된다는 인식하에 최근 순수 국내 혈통
의 토종농산물이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육종연구가 활발했던 화훼나 과일만큼은 농가수입 제고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