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잦은 핵실험 징후 등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를 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가림막 설치와 잦은 차량 움직임 등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조짐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이틀 앞두고 시 주석과 통화를 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꾀하려는 차원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역내에서의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 현상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시 주석이 사고 직후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달한데 대해 사의를 표한 뒤 "실종자 중에 중국 국민도 포함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희생자와 실종자 중에 많은 학생들이 불행하게 희생된데 대해 매우 큰 비통함을 느낀다"며 "중국인 4명을 포함한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부상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구조설비 지원을 조속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북한이 예고한 제4차 핵실험의 저지방안 등 북핵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어서 두 정상이 회담 직후 열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어떠한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