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미국/97분
감독 : 토니 케이
출연 : 애드리안 브로디, 마샤 게이 하든
개봉일 : 5월 8일. 청소년관람불가

'디태치먼트'(Detachment)는 교육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 중 한 편이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 말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교사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그린 반면, '디태치먼트'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영혼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문제아들로 가득 찬 학교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 헨리(애드리언 브로디). 교사에게 욕지거리하는 건 기본이고 폭력마저 휘두르는 교권이 무너진 학교에 온 게 불운이라면 불운.

그러나 여러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반항에 익숙한 헨리는 첫날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으로 아이들을 장악해 간다. 뚱뚱한 '왕따' 학생 메레디스(베티 케이)는 그런 헨리의 모습에 반해 남몰래 사랑을 키운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던 헨리는 한밤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이상 행동을 보인 것.

노인을 잘 보살피지 못한 간호사에게 화풀이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던 헨리는 버스에서 매춘하는 에리카(사미 게일)를 목격한다.

영화에서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다. 오히려 모욕과 힐난, 얼룩과 상처로 채워진 공간이다. 영웅도, 악당도,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회색지대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런 회색지대를 어슬렁거린다. 저마다 외로움의 섬을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그들은 상처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한 마음의 공간도 비좁을 수밖에 없다. 무심함(Detachment)이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

주인공 헨리는 그런 무심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늘 발목을 잡는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론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 탓에 그는 늘 떠돌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헨리를 포함해 결핍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관심보다는 애착(Attachment)을 가지고 서로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더 나은 삶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영화를 관통한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서 완성해 가는 토니 케이 감독의 밀도 있는 연출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방랑할지도 모르는 헨리 역을 맡은 애드리언 브로디는 공허한 눈빛을 통해 많은 감정을 전달한다. 다채롭게 변화하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영화는 도빌아메리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도쿄국제영화제 예술공로상, 상파울루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