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는 우화를 통해 일상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깨뜨려준다. 서로 다름의 세계에 단단히 둘러싸여 있는 벽을 허물어 큰 차원에서 동화시킨다. 그 중에 하나가 지혜와 어리석음의 문제이다. 우리는 어리석음 대신 지혜를 바라지만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통한다는 말도 있듯이 무엇이 지혜이고 무엇이 어리석음인지의 판단은 쉽지 않다.

열자에 우공과 지수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리석은 노인이라는 우공(愚公)은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어리석음의 대명사이고 지혜로운 늙은이라는 지수는 지혜의 대명사이다. 우공(愚公)은 북산(北山)에 살고 있었는데 북산은 높은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을 이웃하고 있어서 왕래가 불편하였다.

나이 90에 가까운 우공은 어느 날 가족들을 불러놓고 모두 힘을 합쳐 이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들고 길을 내어 왕래가 편하도록 하고 싶은데 의견이 어떤지를 물었다.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합의가 이루어져 일을 시작했다. 황하변에 사는 지수라는 사람이 그것을 보고 우공에게 당신의 힘으로는 산의 한 모퉁이도 깎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만류하며 충고하였다.

그러자 우공은 내가 죽으면 나의 아들과 손자들이 계속 대를 이어 하면 결국 산을 깎을 수 있다고 하였다. 지수는 기가 찼고 그 말을 들은 산 주인인 사신(蛇神)도 겁에 질려 천제(天帝)에게 우공이 자기의 산을 파내는 것을 막아 달라 호소하였다.

결국 천제는 우공의 우직함에 감탄하여 힘이 센 신장에게 명하여 태행과 왕옥의 산을 각각 삭동(朔東)과 옹남(雍南)의 땅으로 옮겨놓게 하여 우공이 사는 곳은 평평해졌다. 어리석은 우공은 자기의 목적을 성취하였고 지혜로운 지수는 아무 일도 못하였다면 과연 누가 지혜롭고 누가 어리석은 것이냐는 것이 열자의 탄식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