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2시 광주지법 목포지원(제1형사부) 101호 법정에서 세월호 관련 재판이 열리고 있다. 법원은 이날 세월호 증선 인가 등의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관계자, 해운항만청, 해양경찰 등 모두 8명의 피고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당시와 이후 승무원, 승객이 각각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15일 법정에서 공개돼 또 한 번 분노를 자아냈다.

3등 항해사 박모씨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선배 2명과 카카오톡을 통해 사고 상황과 앞으로 있을 수사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그때 브리지에 선장님 계셨어(?)"라는 선배의 질문에 박씨는 "그게 문제예요. 선장이 재선(在船) 의무 안 지켰다는 거"라고 답했다.

박씨는 민사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무조건 책임회피 식으로.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선장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준석 선장의 무책임한 선상 근무를 지적하는 대화내용도 소개됐다.

박씨는 "선장님이 갑자기 말도 않고 방에 들어가셔서 기관장님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라고 묻고는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카톡이나 게임 아닐까 싶다"고 선배에게 말했다.

이 선장의 휴대전화에는 게임 애플리케이션 8개가 설치돼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이 선장이 당시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해경 수사를 받고 나서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정직하게 답했고 책임도 인정했다"고 변호했다.

박씨는 운항 지시와 관련해 선배에게 "네가 실수한 거야. 원래 그럼 안돼"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사는 "항해사가 조류 세기에 따라 선박 방향 변동 도수를 정해서 지시하고 타각(조타 각도)을 살펴 조타수가 제대로 하는지 레이더를 살펴야 한다"며 "박씨는 단순히 145도로 변침을 지시하기만 해 조타수의 재량과 능력에 변침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변침 때 타각 지시, 도수 지시 가운데 박씨가 도수로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인천-제주를 운항하면서 기존 선장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하도록 배웠고 타각 지시 방법은 입출항 때 정교한 변침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어서 도수 지시를 했다는 것만으로 과실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침몰하는 배 안의 공포와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연극부 사랑함. 다들 사랑해. 진짜 사랑해. 애들아 진짜 사랑하고 나는 마지막동영상 찍었어"(오전 9시 10분 마지막 메시지 발송), "저 지금 방안에 살아있어요. 지금 구조 중인데 저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부터 구하나 봐요"(오전 10시 7분), "너무 무서워. 캐비닛이 떨어져서 옆방 애들이 깔렸어. 무서워"(오전 10시 12분) 등 닥쳐올 불행을 예감한 듯한 학생들의 메시지는 방청객들을 침묵의 심연으로 밀어넣었다.

오전 9시 20~21분 사이 한 학생은 "화물들 바다로 다 떨어지고 난리남. 지금 전기도 다 나감"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제 해경왔대"(오전 9시 25분), "지금 속보 떴어 아마 우린 듯"(오전 9시 27분) 등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내용의 메시지도 소개됐다.

사고 현장에는 오전 9시 27분 해경 511호 헬기를 시작으로, 이로부터 5~6분 뒤 513호 헬기와 목포해경 123정이 차례로 도착했다.

그러나 그 사이인 오전 9시 29분에 한 학생은 "아직 움직이면 안 돼"라고, 오전9시 41분 다른 학생은 "XX 방송도 안해줘. 걍(그냥) 가만히 있으래"라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불만섞인 메시지가 발송될 당시 승무원들은 퇴선하고 배에 없었다. 

학생들이 구조된 직후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긴박한 상황과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은 "(제가)거의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근데 제 뒤에 엄청 많았어요. 살아있는 친구들 많았는데 다 죽었을걸요. 배 안에서 선원들이 아무것도 안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산다고, 근데 가만히 있다가 저까지 죽을뻔 했어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배가 기울었어요. 친구들은 막 웃으면서 장난치고 있고 시간이갈수록 90도로 기울었어요. 선원들은 안 움직이면 안전하다고,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물이 너무 많이 차서 배 밖으로 빠져나왔어요"라고 회상했다.

검찰은 "선내 방송에서 침몰됐다는 말도 안 해줬어. 우리는 가만히 있었어"라는학생의 메시지를 제시하며 승객에게 침몰 상황조차 알려주지 않은 승무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조치? X소리. 사고 나고 20분 정도 지나고 배가 더 기우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알아서 입기 시작했어", "승무원은 구명조끼도 안 주고 남학생이 갖다줬어" 등 메시지에도 승무원들의 무책임은 묻어나왔다.

구조된 한 학생의 메시지는 객실에까지 물이 찬 상황을 떠올리게 해 법정은 숙연해졌다. 

"물이 막 들어오는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래요. 저희는 가만히 있었는데 남자애들은 못 참고 뛰어내리기도 한 것 같아요.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떠 있으니 뒤에서 친구들이 밀어주기도 하고, 물이 거의 목 밑까지 차서 밑에 있던 애들은 아예 잠겨서 물먹고 그랬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