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예매 비씨카드만 돼
주민번호 요구 외국인 난감

경기별 아닌 종일권만 발매
10% 관람률불구 '매진' 문구
경기장왔다 헛걸음 '비효율'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각종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온라인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개별 경기가 아닌 종일권으로만 입장권을 판매하면서 경기장에 빈 좌석이 남아있는데도 관람객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 등 입장권 판매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온라인 티켓 예매의 문제점

일본인 아키모토 슈헤이(30)씨는 21일 유도경기가 열린 도원실내체육관에 왔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동생인 아키모토 히로유키(남자 73㎏이하급)의 경기를 관람하려고 전날 밤 한국에 왔지만 경기 티켓이 매진됐기 때문. 아키모토 슈헤이씨는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일본에서 온라인 티켓 예매를 시도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자, 마스터카드로는 결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예매가 안돼 같은 날 도원실내체육관을 찾은 타밀란 율다쉽(30·카자흐스탄)씨도 "아시안게임이 한국인만을 위한 것도 아닌데 외국인이 예매하기 힘들게 해놔 기분이 나쁘다"며 "사업차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에 온 8명의 사람들이 다같이 왔는데 티켓조차 구하지 못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인터넷 예매 사이트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웹페이지를 이용할 경우 BC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해 이 카드가 없는 외국인들은 예매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비자·마스터카드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모바일로 접속해 예매할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입력하도록 하는 것 역시 외국인들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 전화·이메일 예매는?

전화·이메일 예매도 어렵긴 마찬가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티켓 판매를 대행업체(세방여행사)에 맡겼다.

그러나 이 업체는 온라인, 전화, 이메일로만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다 판매 접수 직원들이 영어와 중국어 전담이었다.

아시안게임 때 외국인에게 표를 파는 목적으로 조직위가 공식으로 지정한 유일한 업체가 2개 언어권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의 외국인 입장에서 전화·이메일 예매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좌석 비었는데, 티켓은 없다?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 입장권을 '종일권'으로만 발매해 경기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텅빈 경기장을 눈앞에 두고서도 표를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일 오전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3천311석 규모의 경기장에는 당시 관람객이 100명도 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티켓 판매대에서는 '매진'이라는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엇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조직위가 핸드볼 경기 입장권을 종일권으로 판매하면서 빚어졌다.

이날 선학경기장에서는 핸드볼 경기가 6차례 열렸는데, 한국-일본전에 관중석의 80%가 채워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10%도 차지 않았다. 한일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간 이들이 많았기 때문.

핸드볼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는 김배중(59)씨는 "동호회 회원으로 핸드볼 경기 관람을 좋아해 왔다. 꼭 한국 경기가 아니라 다른 경기라도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매진됐다"며 "나같은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사람들도 입장을 못했는데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경기장을 찾으려는 국내외 관광객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당일 경기 티켓이 매진됐는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자원봉사자 박영숙(45·여)씨는 "경기장은 텅 비어있는데 수백명이 경기장 문앞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며 "경기장 상황을 보면서 현장 판매를 할 수 있을텐데, 보완책을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매진이라고만 하는 자세는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조직위측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인터넷 예매와 관련해 조직위 관계자는 "온라인 예매 사이트는 외국인들에게 기본적인 티켓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일 뿐 실제 판매까지 하려고 한 목적은 없었다"며 "해외 예매는 세방여행사 측이 전부 대행하고 있어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종일권 판매의 문제점에 대해 조직위의 다른 관계자는 "경기별로 발권을 하면 경기가 끝날 때마다 사람을 내보내고 다시 입장을 시켜야 하는데, 이같은 방식으로는 경기 진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