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담양 펜션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후 이용석 담양경찰서장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펜션이었다. 전남 담양의 한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대학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회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바비큐장은 불법 시설물인 것으로 추정돼 경찰이 건축물 관리, 소방시설 점검 등에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와 소유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

◇ 바비큐장서 고기 굽다가 불길 휩싸여

전남 나주의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의 재학생 회원 13명과 졸업생 회원, 지인 등 13명은 MT행사를 위해 지난 15일 오후 6시 30분께 담양군 대덕면 H 펜션에 입실했다.

이들은 오후 7시 20분께부터 바비큐장에 있는 원형 테이블 4개에 나눠 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오후 9시 40분 발생한 화재는 바비큐장 2동과 취사장 1동 등을 태우고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1학년 여학생 1명과 졸업한 남성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화재 당시 바비큐장에 몇 명이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망자들은 '예비 신랑', '새 신랑', '꽃다운 신입생' 등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 등으로 미뤄 고기가 올려진 불판에 거세게 올라온 불을 끄려고 누군가 물을 끼얹는 순간 고기 기름과 반응해 불티가 천장으로 옮아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펜션의 주인은 서류상 광주 한 구의회 의원의 아내이며 구의원도 펜션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은 화재로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16일 오전 전남 담양군의 모 펜션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요원들이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해당 펜션의 바비큐장에서 화재에서 불이나 모 대학 동아리 학생과 졸업생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 건축물 대장에도 없는 바비큐장…당국 관리 '허술'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H펜션의 대지면적은 1천236㎡, 연면적 415㎡, 건축면적 315㎡였다. 건축물 현황은 가동 1~2층, 나~라동 1층 등 대부분 숙박시설 용도였으며 가동 1층 일부는 일반음식점이었다.

가동은 적벽돌·슬라브 구조, 나~라동은 일반 목구조와 목조지붕 구조라고 적혀 있다.

가동은 본관 건물, 나머지 동은 황토집 형태의 객실인 것으로 보인다.

바비큐장은 건축물 대장에서 찾아볼 수 없어 불법 시설로 추정된다.

항상 화기를 다루는데도 샌드위치 패널, 목재로 이뤄졌으며 천장에는 억새를 엮어 만든 지붕이 얹혀 있어 불이 나면 '화약고'나 다름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바비큐장에 비치된 소화기는 한대도 없었다는 생존자 진술도 나왔다.

이용석 담양경찰서장은 "관련 서류를 입수해 위법성을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2005년 5월 숙박시설로 허가받아 영업을 시작한 펜션은 담양군의 안전 점검 대상도, 소방서의 정기 점검 대상도 아니었다.

다만 지난해 7월, 2012년 8월 등 숙박업소에 대한 특별 조사 등 부정기적으로 소방서로부터 소방시설 점검을 받았다.

연면적이 1천㎡에 못 미쳐 안전 점검은 받지 않고 공중위생법상 숙박시설에 해당해 매년 두 차례 위생 점검만 받았다. 지난 상반기 점검에서 지적 사항은 없었다.

▲ 16일 오전 전남 담양군의 모 펜션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요원들이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해당 펜션의 바비큐장에서 화재에서 불이나 모 대학 동아리 학생과 졸업생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 대학 비상대책본부 구성, 경찰 수사 본격화

이낙연 전남지사는 16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재발방지를 위해 관광숙박시설 등의 시설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사고 시설 전체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로 구성돼 있고, 출입구도 탈출 등에 취약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원인과 책임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장례절차 등 사고 수습은 유가족과 대화를 통해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국과수와 합동으로 화재 원인 감식을 철저히 하고, 유가족 건강 점검과 구급차량 지원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동신대는 학생능력개발처장을 본부장으로 화재사고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대학 측은 교내에 설치된 전남도 재난심리지원센터와 상담심리학과 교수들을 동원해 심리지원을 하기로 했다. 총학생회도 20일로 예정된 총학생회장 등 선거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을 감식한 경찰은 그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건축·소방 시설 등 관리에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악 중이다", "수사 진행 중이어서 발표하기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유가족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