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아픔 반면교사 삼아 적폐해소 계기돼야
상식을 바탕으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할 때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언제나 아쉬움이나 부족함 또는 성취감을 느끼는 마음이야 모두가 비슷할게다. 필자도 한해를 되돌아 보며 스스로에게 소회를 묻는다면 정말 바쁘고 긴장하며 살았다고 답할 것이다. 따듯한 봄의 한 가운데 있던 4월 어느 날 온 나라를 분노와 슬픔으로 강타했던 세월호 참사부터 윤일병·임병장사건으로 대표되는 군대내 폭력과 살인사건, 조선 500년을 보고 있는 듯한 권력층 주변 사람들의 암투, 또다른 한쪽에선 전대미문의 '슈퍼갑질'까지 잇따른 충격에 일년내내 정신이 없었다.
문득 중국 송나라의 최고 시인 소동파의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이 빠지자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시간이 지나면 진상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올 한해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던 많은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고 감춰진 흑막이 걷히면 진실도 밝혀질게다.
사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2014년은 상투적으로 쓰던 '다사다난'이라는 말조차 감히 쓸 수가 없다. 바다에 침몰하는 배와 아이들을 지켜보던 국민들. 수많은 생명을 허망하게 죽게한 국가의 무능한 현실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일어나서는 안될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프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우리 사회가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양파껍질처럼 드러나는 권력과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 뿐이었다. 결국 8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에게 내놓은 결과는 여야 정치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해 만든 누덕누덕 기운듯한 세월호 특별법이다. 세월호 침몰로 분노했던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육군28사단에서 후임병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위해 입대했던 청년이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앞에 돌아오면서 온 국민은 또한번 참담해 했다. 10월에 판교서 발생한 환풍구 붕괴 참사는 사고 공화국 그 자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나라에 '안전'이라는 구호가 일상화되던 시기에 터진 사고로 국민들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공화국' '안전 불감증'으로 한해를 마무리할 시점에 이번에는 대통령 측근들의 암투가 해일과 같은 큰 파도로 국민들을 뒤덮었다. 권력을 놓고 자기들끼리 물고 뜯는 난장판에 국민들이 허망한 실소만 자아냈다. 게다가 수원에서 발생한 박춘봉의 토막살인사건과 대한항공 3세의 슈퍼갑질로 국민들은 공포와 분노로 갑오년의 끝을 장식(?)했다.
2014년을 앞에 두고 과거 갑오년에 대한 값진 기억으로 국민들은 기대가 컸었다. 60년전 한국전쟁 종전 이듬해였던 1954년 갑오년이 그랬고, 그보다 앞선 1894년 갑오개혁과 동학농민운동 또한 그랬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혁과 새로운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의 갑오년은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허망하게 저물어가고 있다.
송구영신이라 했다.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한다. 2014년을 보내며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되돌려 반성하고 내년을 계획할 때다. 2014년 갑오년이 결코 실패와 오욕의 시간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많은 아픔과 실패·좌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기본은 사람이다. 국민으로, 노동자로, 학생으로, 가족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사회가 더이상 아픔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 상식을 바탕으로 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승용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