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갈등 지도층이 나서서 풀어야
상생으로 통합의 시대 이뤄야
해방70년 올해가 '골든타임'일수도


광복 70주년이면서, 분단 70년을 맞는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을미사변이 발생한 지 1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해방이라는 기쁨도 있지만 분단이라는 슬픔과 나라를 잃은 아픔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던 질곡의 역사를 품은 을미년이다. 해방과 건국,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산업화를 이뤘으며,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쟁취한 파란만장한 70년, 영광과 고뇌가 뒤섞인 눈물의 70년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비상식이 상식을 뛰어넘고, 무법지대라고 할 정도로 법이 능멸당하는 무수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세대, 계층, 이념갈등 속에서 불신과 편가르기는 도를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정치부재'가 낳은 결과다. 정치인은 많지만 정치는 없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갈등뿐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올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을 3.8%에서 3.5%로 낮췄다. 정부 전망치 4.0%, 한국은행의 3.9% 전망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가계부채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가계부채는 2012년 말 963조8천억원에서 2013년 말 1천58조1천억원으로 1년 만에 57조6천억원(6.0%)이나 늘어났고 지난해 말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불러왔다. 이는 빈부격차를 야기했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와 맞물려 국민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다. 올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념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했기 때문'에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재 결정은 불복할 수 없는, 사법의 최종적 판단이다.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려진 결정인 만큼 거부할 수도, 거부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헌재의 판결을 두고 이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는 성숙지 못한 행동이다. 진보 진영은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기 보다 이를 기회로 삼아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진보적 가치가 무엇인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특히 일부 정치권력이 오히려 이념갈등을 부추기면서 정치적 실리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행동이다.

세대간의 갈등도 골칫거리다. 7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방, 분단, 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급격한 변화를 겪어 세대간의 의식차이는 불가피하다. 특히 청년실업은 세대갈등의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년연장과 청년실업이 서로 맞물리면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일자리 즉, 정규직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갈등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청년실업 해소야말로 세대갈등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30일 국민대통합을 위해 필요한 미래가치의 순위를 발표했다. 상생, 공정, 신뢰, 창의, 안정 순이었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정신'을 만연된 갈등을 극복할 대통합의 가치로 꼽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질곡의 역사는 정치인보다 한단계 수준 높은 국민이 있었기에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든건 정치인도 아니고 장 차관도 아니고 언제나 국민이었다. 우리사회가 겪는 모든 갈등의 8할은 정치권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이 할 일을 포기한 채 오히려 불신을 조장하고, 갈등을 야기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갈등하고 아파하는 것은 이 땅에 부정부패가 여전히 존재하고, 그것이 정치권의 묵인속에서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과 불신, 반목을 더 이상 좌시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망국의 길로 갈지 모른다. 갈등을 털어버리고 화해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비롯 사회지도층이 '청정구역'이 되어야 한다. 정치가 깨끗하고 옳은 길로 가야, 나라가 바로서고 갈등도 치유될 수 있다. 해방이후 70년동안 정치는 늘 혼탁했다. 혼탁한 정치는 국민들에게 심적 박탈감과 함께 극심한 패배주의를 안겨주었다. 해방 70년을 맞은 2015년, 정치권은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를 '골든타임'을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놓치지 않고 잡을 것인지 그냥 허무하게 보낼 것인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