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소요기간도 2배 가까이
막상 취직했지만 월급 깎여
동료들 업무까지 떠맡기도
쫓겨나듯 퇴사 상처만 남아


“장애인은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 후엔 더 힘듭니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입니다.”

지체장애 2급 김보경(26·여·수원시 장안구)씨는 취업을 하위해 지난 2011년부터 30여 곳이 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원서를 접수한 회사는 휠체어를 타는 김씨가 입사할 경우 수천만원을 들여 휠체어 통로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직원이 없는 회사들은 신규 시설비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김씨는 취업을 위해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기업들의 장애인 특별채용서 대졸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아 오히려 취업 문이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또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대기업 등도 전체 직원의 2.7%가 정원으로 정해져 있어 장애인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결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구직활동 중인 장애인은 9천485명에 달하지만,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은 시간제 알바를 포함해 5천187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직에 소요되는 시간은 비장애인의 58.5%가 3개월 내 취업했지만 장애인은 60~70%가 6~12개월로 2배 가까운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들은 직장생활에서도 각종 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지체 장애인 1급인 류광진(44)씨는 19년여간 국내 최초 장애인 기업인 무궁화 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류씨는 무궁화전자에 입사하기 전 2년여간 다니던 직장에서의 차별이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 류씨는 지난 1993년 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귀금속 가공 직무교육을 수료한 뒤 한 세공업체에 취업했다.

세공은 장애와 상관없어 직장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의 차별과 비장애인의 80%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류씨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 사는 서권일(28·뇌병변 장애1급)씨도 대학을 졸업한 뒤 성남의 한 협동조합에 취업해 동사무소와 구청 등을 다니며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를 점검하는 업무를 맡았다.

업무가 익숙해지자 회사와 동료들은 서씨의 업무 범위를 과도하게 넓혔다. 일을 떠넘기듯 구리와 이천 등 다른 동료의 업무까지 떠 넘겼다. 과중한 업무에 서씨는 쫓기듯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장애인은 취업률이 낮은 반면 퇴사율은 높다”며 “어렵게 취업해도 각종 차별 때문에 오래 근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권준우·조윤영·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