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태어난 지 오늘로서 꼭 70주년이 된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해방둥이로, 어느덧 고희 (古稀)를 맞은 셈이다. 독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성원, 격려와 채찍질이 없었다면 가능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한국 현대사에 1945년은 광복이 주는 환희와 분단으로 인한 좌절이라는 상반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경인일보는 그해 10월 인천에서 ‘대중일보’로 출발해 장장 70년 성상(星霜)을 겪으며, 질곡의 역사를 헤치고 여기에 섰다. ‘대중(大衆)’이라는 제호를 선택한 것은 신문 제작의 목표가 오직 독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제호였다. 여기에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창간사에 “모든 부면을 향해 적극적으로 진언(盡言)하고 정력적으로 보도하지 아니하면 안될 절대의 사명이 있는 것”이라는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중일보는 그런 염원을 바탕으로 경인지역 최초의 언론으로 첫발을 떼었다. 대중일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호가 바뀌어 1982년 3월 경인일보로 제 이름을 갖게 됐다.
경인지역 언론의 변천사는 독재정권의 탄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신헌법이 선포된 후 1975년 4월 7일자 사설 ‘신문의 날’에 “우리의 현실이 과연 사회의 공기로서 그 사명을 다했는가 하는 것과 또 신문인 스스로도 제구실을 다하려 얼마만큼이나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쓴게 겨우 ‘저항’이었다고 할 정도로 제대로 정권 비판을 하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을 잘 못 읽는 우를 범했으며, 때로는 잘못된 취재방향으로 독자들을 실망시키거나 여론을 호도 시킨 적도 있었다. 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이를 지키지 못하는 부끄러움, 어떤 상황에 닥쳐도 언론의 본연을 잊지 말자는 교훈이 경인일보 70년사에 담겨 있다. 언론의 공과에 대한 독자여러분들의 애정어린 질타를 경인일보 전직원들은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다.
해방이후 좌우의 유혈대립, 민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6·25의 비극, 숙명처럼 이어져 내려온 가난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지금,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대에 진입했으며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를 맞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기적같은 일이다.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은 어려울때일수록 응집하는 힘과 미래를 꿰뚫어 보는 지혜에 기인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국내외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일간의 첨예한 대립, 늘 불안한 남북관계, 중국 경제 침체로 적신호가 켜진 한국경제 등 그 무엇 하나 편한 것이 없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신기루’가 될 위기에 처했다. 내적으로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종교인 공무원 군인 교사 나아가 일반 국민들까지 전방위로 퍼져 있는 도덕불감증은 더이상 좌시할 수 없을 정도다. 고용절벽에 부딪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층과 기성세대 간 세대 갈등, 경제성장만 추구하다 만난 빈부격차, 정권쟁취가 목적인 정치인들의 이전투구 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 하지만 70년전 광복을 맞아 어렵게 나라를 세웠을 때의 절박함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 못할 이유가 없다.
창간 70주년을 맞아 우리는 도덕성 회복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도덕성 회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령 이번 추석 연휴동안 고향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바로 땅바닥에 떨어진 우리의 양심이다. ‘남이 어떻게 되건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이를 계도키 위해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이 언론의 감시 부재 속에서 싹이 텄으며 이 역시 언론의 책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통일시대를 지향하는 경인일보는 재창간의 마음가짐으로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경인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경기·인천 나아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통일의 시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다. 끊임없이 혁신, 또 혁신하기 위해 매일 스스로를 담금질하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언론’ ‘미래 지향적인 신문’ ‘희망을 얘기하는 신문’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신문’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한다. 그것이 경인일보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오늘이 있게 한 경인지역주민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창간 70년, 통일시대를 지향하는 경인일보
어떤 상황에도 언론 본연의 자세로
건국정신으로 지금의 난국 극복해야
미래를 제시하는 신문으로 거듭날것
입력 2015-10-07 00:33
수정 2015-10-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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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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