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최악의 부실 감사라는 오명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역대 최다인 708개 피감기관과 4천175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추석 전후로 두번에 나누어 실시했지만 예상대로 정치쇼로 끝이 났다. 과연 이런 국정감사를 계속해야 되는 것인지 당혹스러운 것은 오히려 국민이었다.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감이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는 국감시작 전부터 있었다.
여야는 처음부터 국감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공천룰을 둘러싸고 여·야 모두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손가락질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돼버린 증인 망신주기, 황당한 질문, 기업인 때리기, 호통, 막말이 국감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면서도 피감기관을 골탕먹이려고 작심을 했는지 자료요구는 1인당 평균 477건으로 역대 국회중 제일 많았고, 피감기관 한 곳을 감사하는 데 쓴 시간은 1시간 14분으로 역대 국회중 제일 적었다. 이 정도면 삼척동자도 눈치 챌만큼 예산만 축내고 국민들만 괴롭힌 최악의 부실국감이었다.
이런 와중에 실시된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무려 응답자 82%가 ‘19대 국회는 잘못했다’고 평가하면서 19대 국회에 100점 만점에 42점이라는 ‘낙제’ 점수를 주었다. 특히 지역구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47%나 됐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19대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 혼신을 기울여야 했던 것은 상당수가 물갈이 되면서 이번 국감이 마지막 국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악의 국감을 연출했다. 우리 국회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현행 국감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졸속·부실 국감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 이제 연중 상시 국감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국감이 이 지경이 된데는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다음 총선에서는 저질·막말의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을 엄격하게 솎아내 그들이 20대 국회에 돌아오지 못하게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사설] 끝까지 국민 실망시킨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
입력 2015-10-11 21:02
지면 아이콘
지면
ⓘ
2015-10-12 1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