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178㎞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이다. 북한 땅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북방한계선 NLL이 바로 코앞인 안보 요충지다. 인구 6천여 명 가운데 절반이 섬을 지키고 있는 해병대 병력이다. 군복무중인 아들을 면회하거나 섬여행을 위해 백령도를 찾으려면 인천에서 쾌속여객선으로 최소 4시간 이상 파도를 헤치고 달려가야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일본이나 중국 웬만한 지역보다도 먼 곳이다. 바람이나 안개가 심하거나 파도가 높이 일면 그마저도 한동안 끊겨 버린다.

이러한 백령도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각도로 전개되고 있다. 공항건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정부의 ‘제5차 공항 중장기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제5차 중장기계획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내 공항건설계획을 정하는 것으로 올해 연말 수립된다. 이에 따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인천과 백령도를 잇는 민간 비행항로 개설을 요청했다. 국회 예결산 소위원회에서는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 타당성조사’ 용역비를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옹진군은 백령도 진촌리 일대 127만㎡를 후보지로 선정하고, 776억원을 들여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백령도에 공항이 건설되면 당장 교통불편이 해소되고, 긴급환자의 수송이 가능해지는 등 섬주민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백령도와 인천이 하루생활권이 되면서 백령도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청도·소청도 등 서북단지역 섬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다. 유사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비상대피수단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게 된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백령도는 ‘비행금지구역’안에 들어 있어 민간항공기의 비행에 제약이 따른다. 만약의 경우 북한군의 사정거리에 놓일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를 내세워 협의에 소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고의 안보, 최선의 국익은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데서 비롯된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없다. 협의의 당사자들은 ‘안되는’ 이유보다 ‘되어야 하는’ 이유에 주목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