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첫 해만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이듬해부터 총리가 대독한 것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3년 연속 국회에서 시정 연설을 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본 회의장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컴퓨터 모니터 전면에 ‘민생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피켓을 부착하는 등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무언의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총액 약 386조원 규모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법정시한(12월2일) 내 예산안 심의·처리와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나라 살림살이를 직접 설명하는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의 세번에 걸친 당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 반대 인쇄물 항의를 벌이고,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예산안 졸속 심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통과를 당부했던 경제활성화 30개 중점 법안 중 7개가 여전히 국회에 머물고 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3년 넘게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세법 개정안 등 예산안 부수법안은 물론 노동개혁 5개 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등 경제관련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국가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된다. 그 어느때 보다 철저한 심사가 필요할 때다.
하지만 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덫에 걸려 각 상임위에서 법안관련 심의도 그 결과를 전망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은 시정연설이 끝난 후 시민사회와 손잡고 첫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야당 지도부는 교과서 체험 ‘투어버스’를 타고 지역순회에 나선다고 한다.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국민을 실망시키는 모습에서 허탈감을 넘어서 안쓰러움마저 느껴진다. 의회정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19대 국회다.
[사설] 대통령 시정 연설과 19대 마지막 국회
입력 2015-10-2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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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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