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은
‘덕지덕지’ 원종은 편집장.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연극배우 좋아하는 ‘덕후’에서 출발
숨겨진 ‘매력’ 보여주고파 화보 제작
500부 찍어 300부 판매 업계 ‘입소문’


“연극 배우 좋아하는 ‘덕후’들을 위해 잡지 만들었죠.”

기업체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고 개인이 발행하는 독립잡지인 ‘덕지덕지’를 펴낸 원종은(27) 편집장은 자신 또한 ‘덕후’라고 소개했다. ‘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마니아의 일본식 표현인 ‘오타쿠(御宅)’에서 변형된 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잡지 이름도 덕후가 좋아하는 잡지라는 의미에서 ‘덕지덕지’가 됐다. ‘덕지덕지’는 대중적으로 아직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팬층이 얕은 연극 배우나 독립영화 배우를 소개하는 화보다. 지난 7월부터 정식 판매 되고있다.

그가 잡지 발행을 결심한 것은 어느 날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난 후부터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극장을 찾아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와 사진을 찍고, 공연이 끝나면 또 한참을 기다렸다 배우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는 연극배우 ‘덕후’들을 만난 것이었다. 이들은 한 배우의 연극을 7번씩 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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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를 졸업하고 작업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는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해보겠다고 마음 먹고 바로 구상에 들어갔다. 연극 배우 대부분이 인터넷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보를 만들기로 방향을 정했다.

인맥을 총동원해 드라마 미생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전석호를 비롯해 김다흰·김꽃비·김현식·김보리·박동욱·박주현·임승범·이나리·이민지·정요한·지다영 등 배우 12명을 섭외하고, 사진작가 5명과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등을 불러 모아 작업을 시작했다.

인천 토박이인 그는 촬영을 대부분 인천에서 진행했다. 북성포구와 소래포구, 재즈클럽, 배다리, 인천이 고향인 배우의 집 등이 배경이 됐다.

1천만원 가량 투입된 제작 비용의 절반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모아놓은 돈과 ‘알바’로 번 돈이다. 500부를 찍어 300부가 판매됐다. 이 잡지는 업계에 은근히 입소문을 탔다. 이 잡지를 통해 뮤직비디오에 캐스팅 된 배우도 생겼고 영화나 광고의 캐스팅 디렉터에게 전화가 꾸준히 걸려오기도 한다.

일단 3권까지 만들어볼 생각이라는 그는 “덕지덕지는 세상과 부딪히고 소통하고 싶은 병(病)에 걸린 내 자신의 결과물이지만, 무명의 배우를 알리는 새로운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며 “준비 중인 2권도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