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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롱공원을 산책하다보니
산벚나무 잎에 맺힌 빗방울이 그녀를 머금었다

봄 길을 밟으며
떠났던 그녀의 눈물

언젠가
그녀가 떠났던 꽃길처럼
눈 먼 곳으로
가는 봄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김진돈(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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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상실된 모든 체험들은 억압으로 맺혀 있다. 그것이 이별이라고 할 때, 사랑했던 '감정의 강도'만큼 억압도 깊어진다. 요컨대 '나무 잎에 맺힌 빗방울'같이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축적된 '강제한 기억'을 머금고 반짝인다. '봄 길을 밟으며' 함께 걸었던 당신의 연인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떠났던 그녀의 눈물'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시간의 뒷모습이 '사랑에 눈 먼 상처'로 새겨져 흐르고 있다. 그럴수록 그녀가 떠났던 그 길은, 당신이 떠나보내야만 했던 '꽃길'이라고 믿으며, 생각에 젖어 있던 어제 봄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그녀를 머금'고 오는 봄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을 아는 '억압의 숲속'에서 어김없이 피어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