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6m 추정 1978년에 복원
정돈된 처마 의연한 아름다움
흔히 우리나라를 석탑의 나라라고 합니다. 탑은 불교와 관련된 건축물입니다. 불교는 기원전 5세기경 인도 석가모니에 의해 창시된 종교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됩니다. 불교를 처음 받아들인 나라는 삼국 시대의 고구려로, 372년(소수림왕) 중국 전진의 왕이 순도를 시켜 불상과 불경을 전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백제는 384년(침류왕) 인도 승려인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들어와 전해줬습니다. 신라의 경우 눌지왕 때 고구려 승려 묵호자에 의해 전파됐다가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불교는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으나 성리학이 유행한 조선 시대에는 탄압을 받게 됩니다.
불교 건축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절(사원)일 것입니다. 절에는 탑(탑파, 불탑)과 불상이 예배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건축 구조로 봐도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탑은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후 나온 진신사리(석가모니의 유골)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탑은 1천 기 이상 남아 있는데 이 탑들은 재료에 따라 나무로 만든 목탑, 벽돌로 만든 전탑, 돌로 만든 석탑· 벽돌 모양의 돌로 만든 모전석탑, 청동으로 만든 청동탑, 금동으로 만든 금동탑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 탑은 초기 중국의 목탑양식을 모방한 목탑이 건립되다가 석탑으로 바뀝니다. 현재 남아 있는 탑 대부분이 석탑이라서 우리나라를 석탑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석탑으로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경주 분황사 모전 석탑, 석가탑, 다보탑, 개성 경천사지 10층 석탑, 평창 월정사 8각 9층 석탑 등이 멋을 뽐내며 전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용인에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탑에도 뒤지지 않는 멋을 가진 탑이 있습니다. 이 탑이 바로 용천리 5층 석탑으로,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용천리에 있습니다.
용천리 5층 석탑은 원래 현 위치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서쪽에 무너져 있던 것을 1978년 옮겨 복원한 것입니다. 탑의 건립 연대를 확실히 알 수 없으나 탑의 형태로 봤을 때 고려 시대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훼손된 것을 옮겨 복원한 것이어서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기단부 일부는 새롭게 만들었지만 5층 옥개석과 그 위의 상륜부는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남아있는 상태만으로도 학술적, 미술사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탑은 몸통에 해당하는 탑신은 1층이 비교적 높게 만들어졌고 나머지 층은 상대적으로 낮게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3층은 집의 지붕에 해당하는 옥개석과 집의 몸체에 해당하는 옥신이 하나로 돼 있어 이곳에 사리를 안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옥개석은 4단의 층급 받침이 확연하게 표시돼 있으며, 처마선도 잘 다듬어져 있어 아름다움과 의연한 모습을 풍기고 있습니다. 이 탑은 비교적 큰 탑으로, 옥개석까지 남아있었다면 총 높이가 6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는 꼭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돼야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문화재에는 나름의 가치와 정성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날 때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땀과 정성이 담긴 용천리 5층 석탑을 찾아 탑을 만들었던 고려 시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장문 대지중 수석교사
※위 우리고장 역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