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T' 미국이어 2번째 시도… 기존 MRI보다 1만배 높은 해상도
250억 투입 (주)마그넥스와 2022년까지 임상적용 기술개발 계획
'7T급 PET' 제품화 협정도 체결 해외의료시장 경쟁력 갖출 발판
이길여총장 "가천 주도 '송도 브레인밸리' 뇌연구 넘버원 허브로"
가천대 길병원이 뇌 속 실핏줄까지 세세히 볼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11.7T(Tesla·테슬라) MRI(자기공명영상) 개발에 착수한다. 길병원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뇌 촬영 전용 11.7T MRI는 현대 의학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각종 뇌 질환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의료 장비다.
현재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MRI는 3T 수준으로, 11.7T급 MRI가 개발돼 상용화되면 기존 MRI보다 1만배 높은 수준의 해상도로 사람의 뇌 속을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길병원은 이와 함께 7T급 PET-MRI(양전자 단층촬영-자기공명영상) 개발도 본격화한다.
PET-MRI는 암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양전자 단층촬영(PET)기기와 MRI를 결합한 의료 장비로 현재 국내에선 3T급 PET-MRI를 사용하고 있다. 길병원은 지난 2004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7T MRI를 도입했으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7T급 PET-MR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11.7T MRI와 7T급 PET-MRI 개발을 위해 11일 (주)마그넥스, ASG Superconductors,IDG 등 3개 기업과 계약 체결식을 진행했다.
■ 길병원 2022년까지 11.7T MRI 시스템을 활용한 임상 적용 기술 개발
11.7T MRI를 개발하기 위해선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인 마그넷 기술이 필수적이다.
마그넷은 일종의 강력한 자석으로, 자장이 셀수록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마그넷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체 적용 가능한 마그넷의 최고 자장은 11.7T로, 영국에 지사를 둔 (주)마그넥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7T, 9.4T, 11.7T 등 초고자장 마그넷의 설계, 제조 및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1.7T MRI 시스템 제조에는 마그넷 설계, 제조 및 생산 기술뿐 아니라 RF코일(Radio Frequency Coil), 영상화 장치 등 우주선 제조 기술 정도의 초고난도 기술들이 필요해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은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엔진만 가지고 최고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천대 길병원은 (주)마그넥스와 2020년까지 마그넷 설치와 전자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까지 임상 적용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개발에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 정부연구비 및 기관 부담금을 포함 250억 원이 투입된다.

■ 가천의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국부 창출
가천대 길병원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주)마그넥스와 7T급 PET-MRI 시스템 제품화를 위한 협정도 체결했다.
세계적으로 7T MRI 시스템은 독일 지멘스, 미국 GE, 네덜란드 필립스 등의 글로벌 첨단의료장비제조기업들만이 개발에 성공, 50여 대가 생산돼 각국에서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멘스는 올해 말 7T MRI 시스템의 임상 활용을 위한 유럽 CE 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현재 세계 영상장비 시장은 1천억달러(약 106조원) 규모로 매년 7.7%씩 성장해 2020년에는 1천550억달러(16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GE와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등 글로벌 4개사가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CT와 MRI는 지멘스, GE, 도시바, 필립스가 세계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다.
길병원은 이런 세계적 의료장비 흐름에 맞춰 7T급 PET-MRI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7T급 PET-MRI 기술 개발이 성공하면 가천대 길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PET-MRI 원천 기술을 보유하게 되고 세계 의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 한국의 송도, 세계 최고 뇌 연구 중심 허브로 육성
가천대 길병원은 현재 인천 송도에 있는 의료연구 단지인 BRC(Bio Research Complex)를 세계적인 브레인 밸리(Brain Valley)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11.7T MRI와 7T급 PET-MRI 등 첨단 의료기기의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용화까지를 모두 BRC에서 해결한다는 게 길병원의 구상이다.
BRC는 가천대 길병원 등 가천길재단이 IT, BT 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송도에 조성한 R&D 클러스터다.
(주)마그넥스와 BRC에 7T급 PET-MRI 제품화를 위한 연구·제조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가속기 기반 붕소중성자 포획치료기(accelerator-Boron Neutron Capture Therapy·이하 a-BNCT) 개발 사업과 연계해 뇌 질환의 진단에서부터 치료로 이어지는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a-BNCT는 가속기의 중성자와 암 조직에 있는 붕소화합물이 핵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첨단 의료 장비다.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a-BNCT에 대한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길여 가천대학교총장은 "가천이 주도하는 송도 브레인 밸리는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뇌 연구 허브가 될 것이며,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최고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