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DMZ 북한 지뢰도발 사건
두 용사 불굴의 정신 기린 조형물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軍에 대한
따뜻한 성원과 하나된 안보 의지
1년이 지난 지금 잊은건 아닌지
'평화의 발' 앞에서 되새겨 보길
/정강이 아래로 오른쪽 발을 잃었다. 왼 다리 전체와 오른쪽 허벅지, 왼 손등 외상을 입었고 왼쪽 고환도 하나 제거했다. 복부와 상체는 방탄조끼 덕분인지 하재헌 하사를 들고 있었기 때문인지 다치지 않았고 내장 또한 무사했다. 교전이라도 했더라면 북한군을 모두 쏴 죽였을 텐데 적은 없었고 비겁한 지뢰만 있었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웃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두껍게 쌓인 붕대들을 보며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절망했다.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하재헌 하사와 다른 사람들의 생사였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걸로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김정원 하사의 수기 중에서)

군(軍)은 지난해 이들 용사의 자랑스러운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기리기 위해 '평화의 발'을 만들었습니다. 임진각 평화누리에 두 용사의 발을 형상화한 청동 조형물을 설치한 것입니다. 이 평화의 발은 민관군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 있는 조형물이지요.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날 평화누리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 북한 지뢰도발 1주년을 상기하는 행사였습니다. 육군의 수장인 참모총장과 여덟 용사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6년 전 이곳에서 수색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비무장지대 수색정찰을 하다 지뢰를 밟은 부하를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은 국회의원도 참석했지요.
그곳엔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침과대적(枕戈待敵)휘호가 나붙었습니다. 비열한 지뢰 도발을 감행한 북한군을 응징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훈련에 매진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 이지요. "하나 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총장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16년 전 다리를 잃은 국회의원이 "안보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도 비수(匕首)처럼 날아들었지요. "우리 수색대 대원은 적이 나타나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적이 내 앞으로 온다면 반드시 되갚아 국민 성원에 보답하는 군인이 되겠다"는 정교성 당시 작전팀장의 말은 "또다시 적이 도발한다면 백 배, 천 배로 철저하게 응징하겠다"는 피 끓는 육군의 결의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가끔 소중한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안보가 바로 그것이지요. 지난해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이 보여준 군(軍)에 대한 따뜻한 성원과 관심, 하나로 뭉쳐진 안보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러한 마음을 잊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제 해마다 지뢰 도발 기억행사를 열 것이라고 합니다. 안보 의지를 다지겠다는 것이겠지요. 한국연극협회도 이 사건을 Motive로 한 연극을 만들어 국군의 날부터 공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안보 의지를 일깨우는 보약이 될 것입니다. 평화누리에 우뚝 서 있는 '평화의 발' 조형물! 그 앞에 서면, 국가안보가 무엇인지 답을 얻을 수 있지요. '하나 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임을 새롭게 새길 수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모두가 하나로 뭉쳤던 그 날의 안보 의지를 '평화의 발' 앞에서 되새겨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