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만나기 꺼려해 초교 2학년 처음 시작한 운동… 선생님이 업고다니며 적응
코칭 스태프와 단기간 계약하는 장애인팀… 선수 장단점 파악하는데 시간 걸려
1분내 기록 유일·지적장애인으로 패럴림픽 첫금… 아버지 "아들 자랑스러워"

지난달 9일 브라질 리우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 패럴림픽 남자 배영 100m 경기에 출전한 이인국은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그는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리고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인국은 59초82의 기록으로 올림픽 신기록(종전 1분00초97)을 수립했다.
이날 그와 함께 경합을 벌였던 에버스 마르크(1분00초63·네덜란드)와 츠가와 타쿠야(1분03초42·일본)는 나란히 2, 3위를 마크했다. 그러나 이날 1분 안쪽의 기록을 세운것은 이인국이 유일했다. 또 지적장애 선수 중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인 선수는 이인국이 최초였다.
지난 3일 올림픽수영장에서 국가대표 수영 선수 이인국과 아버지 이경래(52)씨를 만났다.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여도 채 안됐지만 이인국은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이인국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처음 수영을 시작했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은 꿈도 꾸지 않았다. 물을 무서워하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 해 집에서만 있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인국을 위해 부모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수영이었다. 이씨는 "인국이가 물을 싫어해서 머리를 감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교사가 인국이를 업고 수영장을 걸어 다니며 적응을 해야 했다"고 했다.
그렇게 이인국은 물과 만난 뒤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수영에 재능을 보였다. 그는 비장애인학생 대회인 소년체전에도 출전했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 국내 대회에서 다관왕을 놓치지 않았다.
2012년 안산시체육회 최우수 선수상, 2013년 경기체육대상 장애인체육부문 최우수선수상, 한국과학창의재단 대한민국 인재상 등 각종 상도 휩쓸며 성장해 갔다.
이인국은 이제는 어엿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수영 선수가 됐다. 이씨는 "인국이가 수영을 하면서 만나는 형, 친구, 동생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니 과거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인국을 지도하고 있는 조순영 감독은 "이인국은 본인이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며 "체격이 좋고 근력이 좋다. 지금도 운동을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왜 훈련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본인 스스로가 납득을 하면 어느 누구보다도 웃으면서 열심히 한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전했다.

이씨는 당시 심정에 대해 "사실 기대라기보다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기만을 바랐다"며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상실감도 컸겠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에서 내려준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코칭스태프도 여러 가지를 교육시키다 아차 하는 순간에 실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국은 대표팀에 있으면서 잦은 코칭스태프 교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씨는 "일반인 선수들은 다년 계약을 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비해 장애인 팀은 대회를 앞두고 단기간 코칭스태프와 계약을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코치진이 자주 바뀌는 경우도 발생했다.
장애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그 선수를 지켜볼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 선수의 특징과 장·단점 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 시킬지, 핸디캡은 무엇인지, 어떻게 선수를 설득해 훈련할지 등에 대해 살피기 위함이다.
이씨는 "대표팀에서 훈련하면서 기량이 좋아졌다. 훈련 시설이 잘 돼 있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준다"면서도 "코칭스태프 어려움이 해결된다면 선수들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또 국제 대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살필 코칭스태프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대회에 따라간 선수 부모가 코칭스태프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인국의 어머니 배숙희씨도 자비로 대회를 따라다니며 선수들의 빨래를 비롯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을 숙소까지 통솔하는 등 스태프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4년 뒤 이인국은 다시 한번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는 마침내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이씨는 이인국이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면서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시키면서 고생했던 것에 대한 결실을 맺게 돼 감격스러웠다"며 "무엇보다 인국이가 '장애 선수로서 금메달 리스트라는 명예를 안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인국이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장애인 선수를 뒤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지적장애 선수 가족들은 모든 것이 선수 위주로 돌아가야 하고 어려서부터 모든 과정을 가족들이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글/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이인국 선수는?
-1995년 12월 22일
-관산초-성포중-단원고
-경력
2016 제15회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 남자 수영 국가대표
2015 IPC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4 제11회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국가대표
2013 IPC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2 제14회 런던패럴림픽 수영 국가대표
-수상내역
2016 제15회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 수영 남자 100m 배영 S14 금메달
2015 IPC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배영 S14 100m 은메달
2014 제11회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200m 자유형 S14 은메달, 제3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수영 남자 자유형 50·100·계영400·혼계영400m 4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