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501001019200051441

세상에 태어난 사람치고 단 한 번의 과오를 행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남의 과오를 용서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한 두 명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특정인의 잘못을 맹렬하게 지탄한다면 그것은 그의 과오가 대중들이 용서하기 힘든 선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회복 불가능한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인데, 이런 상황을 주역에서는 '미복(迷復)'이라 한다. 되돌아오기엔 너무 아득히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복'은 한 번에 발생된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잘못이 누적돼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용서의 대상으로 하여금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포기하게 됐을까? 그것은 문제를 일으킨 주인공이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반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알아차림이 없으면 개선을 통한 회복도 없는 것이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표현이다. 카이사르(시저)가 원로원의 보수파에 대항해 내란을 일으킨 뒤 로마로 진격하기 위해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친 뒤 루비콘강을 건넌 고사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말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일'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요즘 대한민국의 상황은 하루하루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과 같은 모습이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