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와 여자의 정기(精氣)가 모여 생명이 잉태되어 이 세상에 나온다고 할 때 생명이란 정기가 취합한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정기에다가 후천적으로 받아들인 에너지를 의지해서 한 평생 살다가 늙어가면서 정기와 에너지가 분산되어 없어지면 자연스런 죽음에 이른다. 생명의 전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분산과 취합의 취산(聚散) 혹은 분합(分合)이다. 모인 것은 흩어지게 되어있고 흩어져있다가도 다시 모이기도 하니. 그런데 이런 취산이나 분합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은 아무런 맥락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종류끼리 모이기도 하고 또 흩어져가기도 한다. 자연스런 생명의 취산뿐 아니라 사회에서 사람끼리 모이고 흩어지는 것도 동일하다. 전혀 종류가 다른 사람끼리 모이거나 흩어져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시대 장의와 소진이란 책사들은 이 성질을 이용해서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이라는 이합집산(離合集散)에 관한 책략을 펼쳤다. 둘 다 귀곡자(鬼谷子)의 문인이었던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서로 다른 계책을 구사함으로써 당시를 주름잡았는데, 합종과 연횡이란 것도 본질적으로 모이고 흩어짐에 관한 책략이다. 종으로 모이면 횡으로 흩어지는 것이고 횡으로 모이면 종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합(離合)은 옛날부터 난세에 더욱 활발하게 일어났던 현상인데 분명한 것은 이합도 일정 정도의 유사성을 공유한 무리끼리 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