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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1966~)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 가신다.

고영(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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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있음은 없음으로 있고, 없음은 있음으로 있다. 우리는 있다가 없어진 것을 부재로 지각하고, 없다가 생겨난 것을 해소로 자각한다. 자식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치명적인 상실로 다가오며 부재를 넘어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결핍으로 채워진다. 어머니는 문학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상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아계실 때 보다는 돌아가신 후 결핍을 경험하며 무의식적으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없음으로 존재하고, 이 없음은 "하늘정원에 꽃나무"를 심고 계시는 어머니를 있게 한다. 결핍은 상상력을 통해 언어를 생성해 내고 분명히 없다는 것을 선명한 있음으로 교환시키며 보여준다. 자꾸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역시 고생만 시켜드린 자식의 마음이 '반어적 탈모 현상'으로 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윤리적 고백'으로 해소되는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