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을 보면 제사(祭祀)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제사는 신(神)과 인간(人間) 간의 예도(禮道)인데, 유학의 고전인 중용(中庸)에 보면 '귀신은 사람들이 올린 술과 과포를 흠향 하면서 제사의 현장에 존재한다'고 돼 있다. 또 '이렇게 귀신이 제사에 응답하는지의 여부도 모르면서 귀신이 싫다는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 존재 여부도 모르면서 존재 자체를 싫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귀신은 은미(隱微) 하지만 실재하기 때문에 정성을 매개로 해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중용에서는 제사이야기를 통해 은미한 것이라도 실재하는 것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도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TV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8대 기업 총수들이 증언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 예상대로 그들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가리고 싶고, 숨기고 싶고, 말할수 없는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도리는 '진실은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귀신도 드러나는 마당에 만인이 지켜보고 있는 대통령이 숨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간의 잘못을 진실 되게 인정하고 국민들의 뜻에 따르는 것만이 최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