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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을 4대(四大)라 하여 만물을 생성하는 근본으로 보았다. 생명을 이루는 4가지 요소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넷이 생명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원동력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고통의 근본 원인도 된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면 땅도 필요하고 수분도 필요하고 태양에너지도 필요하고 공기도 필요하다. 이렇게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집착이 따르게 된다. 나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땅에 집착하고, 물에 집착하고, 태양 빛에 집착하고, 공기에 집착한다. 그 결과 나무는 땅이 없으면 살 곳이 없어 죽을 것 같고, 물이 없으면 말라죽을 것 같고, 빛이 없으면 추워죽을 것 같고, 공기가 없으면 숨 막혀 죽을 것 같게 되는 것이다. 육체는 흙으로, 각종 액체는 물로, 열기는 화로, 숨은 바람으로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육체가 없어지거나 체내 수분이 없게 되거나 일정한 체온을 유지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하면 사람은 죽는다. 이렇게 보면 나를 살리고 있는 것이 결국 나를 고통으로 이끄는 장본인이다. 그런데 무량수경에서는 인간 생명의 근본이 고통의 근본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준다. 인욕(忍辱)은 일체를 평등하게 받아들이는 땅이 제일이고, 청정(淸淨)은 때를 씻어주는 물이 제일이고, 지혜는 온갖 번뇌를 태우는 불이 제일이고, 집착하지 않아 걸림이 없음은 바람이 제일이다. 생명의 근본과 고통의 원인, 해탈의 방법이 모두 한 자리에 있으니 잘 보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