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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이 저무는 해의 아쉬움을 더해 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쯤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층 더 분위기를 고조시켜 훈훈한 세밑 풍경을 만들어준다. 얼마전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낼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게 될 트리로 전나무가 낙점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보통 크리스마스 트리로는 전나무 외에도 구상나무, 소나무 같은 상록수가 쓰이는데 특히 전나무는 늠름하게 뻗어 올라간 아름드리 줄기와 짙푸른 잎새 등 모양이 장식용으로 제격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일설에 따르면 16세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제일 처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다고 한다. 루터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배경으로 초록색 전나무가 서있는 모습을 보고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후 전나무 한 그루를 집안에 들여놓고 촛불을 매달아 장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전나무는 대표적인 겨울나무이다. 겨울산이 하얗게 쌓인 눈들로 은빛으로 빛나고 우뚝 선 전나무에도 순백의 눈이 덮이면 크리스마스 카드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전나무는 조선시대 산수화에서 소나무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겸재 정선이나 김홍도 등 조선후기의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그림에는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장안사를 그린 그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전나무는 오대산 월정사나 부안 내소사, 청도 운문산 등 오래된 사찰 입구에서도 볼 수 있다. 사찰을 새로 짓거나 중건할 때 기둥으로 쓰기 위해 심은 흔적이 보이는데 재질이 단단하지 않아 기둥재로 적합한 목재는 아니지만 길고 곧은 목재를 얻을 수 있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는 곳인 수다라장, 양산의 통도사와 강진의 무위사 기둥의 일부도 전나무를 사용했다. 합천 해인사 학사대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홀연히 떠났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 전나무 거목이 됐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 등에 전해 내려온다. 현재 천연기념물 541호로 지정된 전나무는 최치원선생이 심은 전나무가 고사한 후 1757년경 후계목으로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전국의 깊은 산에 자생하며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데 토양이 비옥하고 습도가 높은 곳을 좋아해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심은 뒤 7, 8년까지는 매우 느리게 자라지만 그 이상이 되면 생장속도가 빨라진다. 나무 높이는 40m에 달하고 둘레길이는 1.5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색 또는 암갈색이고 오래될수록 잘게 갈라진다. 잎은 납작한 바늘모양으로 길이가 4cm정도이며 뒷면에 흰기공선이 있다. 가지는 어긋나게 나며 수평으로 퍼져 나무형태가 전체적으로 원뿔모양을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꽃은 4월 하순에 가지 끝에 피는데 황록색의 수꽃은 아래로, 연한 녹색의 암꽃은 위를 향해 달리는데 꽃처럼 생기지 않았다. 열매는 구과로서 원통형이며 10월초에 익는다.

전나무는 나무에서 우윳빛 액이 나와 젖나무로도 불렸는데 전나무로 표준식물명이 정해졌다. 옛날에는 수피에 흰빛이 돈다고 해서 백송이라고도 불렀고 중국에서는 회목이라고 한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