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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사키 공원서 찍은 드라마로
한국어 공부하는 팬들 증가 추세
한국과 우호교류 강화 위해
현에서 한국으로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에 보조금 지원 하기도
내년초엔 30여명 제주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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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아오모리 현의 현청 소재지인 아오모리 시로부터 같은 현의 히로사키 시청까지 가는데 약 2시간이 걸렸다. 세찬 눈보라를 뚫고 시청사 내의 면담 장소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나와 필자를 에워싸고 기립박수를 친다. 하룻새 300㎜가량 눈이 내린 날, 어렵게 온 길이었음을 알아준 직원들의 박수는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눈보라가 치는 날 굳이 이곳을 방문한 까닭은 금호아시아나배 '말해보자 한국어 대회' 때문이다. 본 대회 진출을 위한 아오모리 현 대회가 히로사키 시에서 열렸다. 현 내의 아오모리 시와 구로이시 시는 각각 평택시와 경북 영천시와 교류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필자는 이에 이들을 격려하고 대회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사실 이는 현 내에 있는 시들의 '한국 사랑'에 대한 답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히로사키 시는 3년에 걸쳐 이 대회를 위해 시민회관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는 친한(親韓) 도시다. 히로사키 벚꽃축제·세계자연유산 시라가미 산지·네푸타 국화와 단풍 축제·눈등롱축제 등 히로사키의 4계절을 담은 이벤트 달력과 시의 다양한 관광안내 팸플릿이 모두 한국어로 인쇄돼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세상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주인공 남녀의 키스 신을 히로사키 공원에서 찍은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하는 팬들이 늘어 친한(親韓)의 훈풍이 더 하다.

히로사키 시를 품은 아오모리 현 역시 친한(親韓)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과의 우호교류 강화 등을 위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현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 지사와 지사 이하 직원들은 단체 및 개인 여행도 한국을 목적지로 하고 있다.

아오모리 현의 친한 노력은 제주도와 교류 협력에서 빛을 냈다. 두 지자체는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숲속 오솔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미무라 아오모리현 지사는 제주도와의 교류 협력을 위해 수차례 제주를 방문한 끝에 지난 5월 제주도의회의 건의로 제주도와 현이 자매결연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8월 제주지사가 아오모리를 방문해 협정서에 서명하고 아오모리의 유명 축제인 네부타 마츠리에 참석했다. 현지 매스컴은 한일우호관계강화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연히 필자도 관할 지역의 경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협정식과 간담회에 참석해 양 지자체간의 우호교류 강화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탰다.

필자와 마주칠 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기초 인사를 반드시 한국어로 하는 아오모리현 지사의 영향 때문인지, 이 지역에서는 한국어 사랑이 대단하다. 이곳에 유학 중인 우리 학생들도 현지인들의 한국사랑 덕분에 일본인들과 밀접한 교류로 다른 지역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행복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또 유학생들은 자원봉사로 현지 학생·일반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서로 따듯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아오모리 현의 이러한 친한 기류는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미무라 현 지사는 현내 사과, 흑마늘, 수산물 등 명품을 알리기 위해 동경주재 각국 대사들과 일본은행 총재 등 주요 상공인들을 초청해 '아오모리 물산전'을 개최할 정도로 현을 알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필자도 아오모리 현을 관할하고 있으므로 과일같은 산뜻한 맛의 아오모리산 흑마늘을 구입해서 먹고 있다. 커다란 붉은 다이아몬드 같은 사과의 맛도 과연 아오모리라고 느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걱정,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필자가 관할하는 동북 6현과 한국과의 관계는 좀처럼 녹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 아오모리 현 지사와 현의회 의장, 주요 기업인, 상공인 등 30여명의 미션단이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제주도지사의 아오모리 방문과 네푸타 참가에 대한 답방이라고 한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제주도의 올레길'을 아오모리에서 걸어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아오모리와 한국이 더욱 가까워지는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