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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1948~)

모래알 하나도 외로움이 깊으면
투명한 등불이 된다

눈물방울 하나도 그리움을 다하면
꽃이 된다

모래알 아린 눈물샘
산 위에서 세상으로 흘러넘치고

등불을 지우고 꽃을 피우는 아침
가슴 아픈 인간이 산다

최동호(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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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외로움과 그리움에도 심지가 있는가. 깊은 고독과 오랜 기다림을 아는 당신은 마음속에 '투명한 등불' 하나 태우며 '꽃'을 피운다. 자신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누군가를 향한 심지를 불사르며 스스로 불꽃이 된다. 불꽃은 불과 꽃의 합성어로서 뜨거운 불은 꽃을 통해 이완시키고, 아름다운 꽃은 불로서 긴장을 촉발시킨다. 불은 불을 버리고 꽃이 되며, 꽃은 꽃을 지우며 불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새해 첫날 '등불과 꽃'이 피어 올리는 불꽃은 "등불을 지우고 꽃을 피우는 아침"에 선사하는 '가슴 아픈 인간'들이 사는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른바 '모래알 하나의 외로움'과 '눈물방울 하나의 그리움'은 올 한해도 작고 적은 것을 통해 크고 많은 것을 사랑하라는 '정유년의 불꽃'이 아닐 수 없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