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모그로 떠들썩한 중국을 보며 1952년 영국에서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산업생산과 난방, 취사용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량으로 발생한 황화물이 스모그(smoke+fog)라는 말 그대로 안개와 결합하여 런던에 4일간 지속되었는데, 이때 발생한 스모그를 들이마신 런던시민은 급성호흡기 질환, 질식 등으로 3주 만에 4천 여명이 사망하였으며, 이후 만성폐질환으로 8천여명이 사망하였다. 이처럼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스모그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 세력을 떨치는 중이다. 프랑스 파리나 리옹도 높은 수준의 스모그 때문에 에펠탑이 안보일 정도의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4만2천 명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여러 스모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시에서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허용치를 상회하면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총 9시간여 동안 로마 도심에서는 모터 달린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통행을 금지한다. 또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만 운행을 허가하거나, 홀짝 운행을 시행하는 등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이탈리아 내 다른 도시들도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상회하면 스모그 대책으로 나온 차량운행제한에 동참한다. 파리시는 최근 10년 만에 최악의 겨울 대기오염을 겪고 있는데, 지난 2014년 이후 3년 연속 하루씩 차량 2부제를 시행하다가 올해는 파리시와 주변 지역 22개 도시가 나흘째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주중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파리 시내에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는 정책과 파리에서는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공공요금을 면제해주는 스모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파리시를 비롯해 4개 도시 시장들이 오는 2025년까지 디젤 차량의 시내운행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프랑스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에 연말부터 이어진 스모그가 기승을 부리다 물러났지만 스모그에 대한 우려는 아직 높다. 중국은 최근 스모그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 기상위성을 추가로 발사했다. 베이징시는 1천200개 기업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으며,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대도시에서 석탄난방 시설을 교체하는 작업 등 10대 스모그 퇴치방안을 제시했지만 겨울철 스모그 발생 횟수는 부쩍 늘고 있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태들은 우리나라의 스모그 등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 수립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오염물질이 중국발 못지않게 국내배출도 크게 증가하는 요즘 중국 스모그를 반면교사 삼아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축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양진관 수도권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