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핑계로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 안돼

지역자원시설세는 화력발전소 등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의 안전관리와 환경보호 및 환경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충당하도록 제정된 목적세다.
서구청과 서구주민들은 화력발전소가 있는 서구를 포함한 인근 지역의 환경보호와 개선을 위해 해당 재원을 사용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인천시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인천시는 합당한 설명이나 대안제시 없이 '환경보호 및 환경개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재난안전특별회계에 지역자원시설세 재원을 세입으로 편입했다.
이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서구는 이번 조례 개정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이제라도 지역자원시설세를 위한 별도의 특별회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번 조례 개정은 상위법령인 지방재정법 제9조에 위배되는 것이며, "세부적인 사업으로 세출을 특정해 특정 자원에서 거두어들인 목적세를 세입으로 운용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회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방재정법 제9조 제2항 단서규정의 취지에도 배치된다.
지역자원시설세 재원을 재난안전특별회계 세입으로 편입하면 예산 상호전용 불가원칙 때문에 재난안전특별회계에 포함된 예산을 매우 제약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서구 일대 화력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호 및 개선사업에 사용되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데 이는 '성과중심의 재정운용원칙' 과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용에 관한 규칙'에도 어긋난다.
물론 지방재정법이나 관련 규정 등을 광의로 해석한다면 인천시의 이번 조치가 불법적이거나 위법한 조치가 '아닐 수는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는 '옳다'와 동의어가 아니다. 법률지식을 활용해 위법시비는 피하면서 시민들을 우롱하는 '교언(巧言)'으로 비칠 수 있다.
조례 제4조 4호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이란 규정을 통해 '환경개선이나 보호에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식으로 법률 및 규정 위반 시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 환경개선이나 보호 관련 예산의 투입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 혹은 시청 담당자들의 재량범위 내에서 '선처'에 기대거나 개별적인 '로비'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시가 이처럼 무리한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10년 넘게 제대로 충당되지 못해 정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당하고 있는 '재난안전기금' 충당문제를 안정적인 수입원인 지역자원시설세로 해결하려는 계산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조례 개정으로 "인천시가 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 보호를 재난안전관리기금 충당에 대한 국정 평가보다 더 낮은 순위로 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지적은 진실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질 악화와 환경오염에 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고려한다면 지역자원시설세를 대기환경의 현황 측정 및 오염원 관리 그리고 시민들의 건강권 보호에 필요한 사업에 즉시 투입하는 것이 옳다. 매립지 토지 보상금 및 가산금 특별회계가 몇몇의 쌈짓돈처럼 쓰여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역자원시설세 마저 재정난을 핑계로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 아니다.
끝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잘못 간 길이라면 돌아가서 원칙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역자원시설세'를 만든 법 제정 취지와 시민의 건강권 보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인천시와 시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