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의 다리' 국군포로 귀순이후
민통선·판문점 잇는 유일한 통로
이 다리가 105m길이로 재탄생
과거·현재·미래 공간으로 꾸며져
하루빨리 평화통일이 되어
'오늘의 기적 소리' 들었으면…

우리나라엔 6·25전쟁으로 많은 실향민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명절이나 조상 기일(忌日)때면 으레 '망배단'을 찾습니다. 북녘땅을 바라보며 절을 올리는 모습,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며 철조망 너머 먼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눈시울을 적시게 하지요. 임진강 건너 일원은 민통선 지역(DMZ)이기 때문에 민간인이 출입하려면 사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아 들어간다 해도 사진촬영이 제한된 데다가 곳곳에 초소가 있거나 군 당국이 설치한 철책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마음껏 돌아보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인제는 별도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내일의 기적 소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덕분입니다.
'자유의 다리'는 국군 포로 귀순 이후 민통선 이북과 판문점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이 다리가 105m 길이의 '내일의 기적 소리'로 재탄생했습니다. 기존에 남아있던 다섯 주(柱)의 교각을 활용해 전쟁 이전의 철교 형태로 재현한 것이지요. '내일의 기적 소리'라는 이름은 우리 문학계의 거목이자 세계적 시인인 고은 선생이 지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이름이 아닐까 하는데, 선생의 시(詩) <내일의 기적 소리> 전문은 이렇습니다.
막힌 세월 / 돌아오지 못했다 / 오지 못했다
그토록 쌓아온 마음은 무엇이더냐
녹슨 경의선 다시 달리는 날 온다.
'내일의 기적 소리'는 망배단 뒤편 증기기관차를 지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민통선 지역이지만, 별도의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지요. 군 당국과 협업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민통선 구간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내일의 기적 소리' 내부는 다른 '스카이워크'와는 달리 과거·현재·미래의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과거' 구간은 옛 경의선 증기기관차의 객차 형태로 꾸민 공간입니다. 기적 소리를 울리며 달리는 열차를 직접 타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전쟁 당시 피난민이 탈출하던 철교 등의 사진을 볼 수 있지요. '현재' 구간에는 옛 경의선 철로와 침목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바닥에는 평양, 베이징, 베를린 등 세계 도시와 거리를 표시한 매직미러를 설치해 통일 후의 경의선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지요. 통유리와 철조망으로 만든 측면에서는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 보존된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데, 가까이 보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미래' 구간 1층에서는 강화유리를 통해 옛 독개다리 아래와 강 자락을 볼 수 있습니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끊긴 교각 너머 철로를 연장해서 경의선 철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도 하지요. 2층에서는 6·25전쟁 당시 교각에 생긴 총탄 자국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전쟁의 상흔(傷痕)속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고 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 민통선 지역이지요. 이곳에 서면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어서 평화통일이 되어 '내일의 기적 소리'에서 '오늘의 기적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오늘의 기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