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엾은 생각이 든 소녀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비를 구해주는 순간 천사로 변해 말했다.
나를 구해 주었으니 한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자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자, 천사가 된 나비는 소녀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속삭였다.
세월이 흘러 이 소녀는 어느덧 노인이 되어 임종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소녀시절 천사가 된 나비가 나에게 속삭였던 말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었을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라고 귓속말로 속삭였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지성인들이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쾌락은 육체의 어떤 한 점의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 참다운 행복, 유일한 행복은 마음 전체의 영혼 가운데 존재한다" 라고 주베르는 말했다. 물질에 의해서만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임어당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모든 욕망을 버리고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다" 라고도 했다.
버틀란드 러셀은 "경쟁의식이야말로 인간의 행복을 저해하는 최대의 적이다"라는 말도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구구절절 금과옥조(金科玉條)이기는 하나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참으로 감사할 일들이 지천에 널려 있음에도 우리는 늘 무엇인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 거리낌 없이 마시는 공기만 해도 그렇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사람들은 공기 부족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마음껏 호흡하고 마실 수 있는 공기가 풍족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듯이 당연한 상황이 되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식이라는 존재만 해도 그렇다.
보통은 당연히 곁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처절한 시간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 지천에 널려있는 행복적인 요소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네 인간들의 나약함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무수히 많은 세 잎 클로버가 주는 행복을 만끽하고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찾아도 늦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질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당연한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현명함, 내려놓을 때(비울 때) 비로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천사가 된 나비가 한 소녀에게 귓속말로 말했던 평범한 이야기 '감사의 삶'이 가지는 가치의 심오함을 깨닫는 새해 벽두가 되기를 간절히 갈망해 본다.
/김한섭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윤리경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