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이 말을 자의적으로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이 부족한 실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라 해석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교직의 꿈을 펼쳐 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가치 기준들이 무너지며 오히려 허무와 무기력에 휩싸였다. 급기야 교직 경력 30년을 모두 무시한 채 교육 원론을 다시 찾아 헤매고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가?'
최근 두 가지의 교육 소식을 들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90% 가까이가 초·중·고 교육 수준을 A∼E등급 가운데 'C 이하'라고 낮게 평가했다.
그리고 자녀가 다닐 학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중시할 교육내용으로 초등학교는 인성교육(44.1%)을, 중·고교는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 지도(중 26.1%, 고 45.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결국 국가 중심의 교육제도와 정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한계를 드러내면서 매우 비효율적인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래서 많은 관계자와 대권 후보들은 교육부 대신 교육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과정은 좀 더 섬세하고 공정하게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점을 우리는 세계 유일의 소중한 뜻을 담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담긴 뜻은 바로 '배려와 나눔'이다. 이 메시지에는 인간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닌 모든 세상 만물이 어우러져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몸도 어느 한쪽에 병이 나면 다른 기관들이 자신의 활동과 성장을 멈추고 우선 그쪽에 모든 힘을 모아주도록 배려와 나눔의 자연 치유력을 가르쳐 주고 있다. 자연환경 또한 서로 도와주며 정화해 가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지구라는 별의 존재 가치는 태양계에서의 조화는 물론 우주의 안정과 평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 발전 같은 지구촌 어젠다(agenda, 의제)는 물론이고 고용창출이나 동반성장 같은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도 인간 세계의 조화를 강조한 '홍익인간의 정신'이 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최근 창의융합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인공지능시대와 함께 인문학 교육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점점 치열해져 가는 불확실성 시대에 학교와 가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출발점에서 '홍익정신'과 더불어 공자의 말을 덧붙인다. '경험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생각하기만 하고 경험에서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이철규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