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술 한 잔 하려니 소주 값이 또 올랐다. 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솔바람이 빼앗아가지 않고 솔바람 소리를 나는 새가 빼앗아가지 않고 나는 새소리를 떠다니는 구름이 빼앗아가지 않는다. 봄철의 개나리를 여름철 장미가 탐내지 않고 가을철 국화를 겨울의 송백이 훔쳐보지도 않는다. 書經에 보면 순임금이 여러 제도를 구상하여 그것을 맡길 적임자를 찾아 당부하는 대목이 있다. 그 가운데 典樂의 일을 맡기면서 시가(詩歌)를 표현하는 성률(聲律)은 서로의 소리가 잘 맞아서 각자가 지니고 있는 율려를 침해하지 말아야 인간의 정신과 감정이 잘 조화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소리만 각자가 지니는 알맞은 율려나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침해하면 삐걱거려 무너지는 시공간적 질서가 있는데 그럴 때는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같은 백성들의 질서란 게 거창한 게 뭐가 있나? 최소한의 예정된 생존의 질서이다. 혼돈과 아픔을 틈타 각종 물가를 올려 이득을 취하려는 요즈음의 여러 업계의 행태는 빼앗으면 안 되는 부분을 치고 들어오는 백성의 등을 처먹는 잔인한 탈륜(奪倫)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