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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선 전 한국발전硏 연구위원
반만년 역사 중 불과 반세기만의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일등 국민을 자처하는 미국 국민보다 경제적 문화적 복지혜택을 누리며 더 잘살고 있다면 믿을까? 필자가 2011~2016년 동안 매년 4~5개월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체감한 대로라면 사실이다.

미주지역 한 일간지 보도(Bergen News 2016.5.13자)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 중 25% 내외가 문맹자이고, 미국 인구의 10%는 식량 부족의 빈곤상태라고 한다. 한국의 결식인구가 전체인구의 5% 미만인 점에 비하면 과연 미국 통계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국은 국민 전체의 담세율이 40%인 고부담 고복지 사회이다. 상류층 약 10%는 세계 일등 국민답게 화려하고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이 수백만평씩 소유하며 경비행장, 풀장, 요트장, 승마장을 갖추고 사냥도 즐긴다. 50% 국민들은 연수입 20만달러 이상 100만 달러에 가까운 중산층들로 열심히 일하며 여가활동을 충분히 즐긴다. 나머지 40% 국민들은(극빈층 10% 포함) 대부분 주말도 없이 가족 전체가 아르바이트나 주급 또는 월급 생활자들로서 가족 총연봉이 2만 달러~10만 달러 미만이다. 이들은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 여행은 엄두도 못내고 태어난 지역에서 평생을 보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경제적으로 고속성장을 하는 동안 2016년 현재 3천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로 전 세계의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고, 2010년부터 전 국민의 96%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 가구당 2대 이상 자가 차량을 보유하며, 지하철과 철도는 물론 거미줄 같은 고속도로를 통해 금수강산을 누비며 맛집도 찾고 지방 곳곳의 문화행사를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상의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중산층에 버금가는 삶의 질을 향유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미국보다 우월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도덕적 가치와 인성교육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에게 미국은 배울 것이 많은 나라이다.

우리 사회는 인품과 품격이 빈곤한 일부 졸부와 권력층들의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몰상식과 몰가치가 통하지 않는다. 다민족합중국인 미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정부의 엄격한 법치관리, 정의와 진실이 존중받고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풍토,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의 가치관이 잘 정립된 나라이다. CNN방송이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패한 원인 5가지 중 첫 번째로 '힐러리의 영리한 거짓말'을 꼽은 것도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미국사회의 도덕률을 보여준다.

미국사회를 떠받치는 건강한 가치는 청소년 교육 과정에서부터 싹 튼 것이다. 미국 중산층 가정은 어린 자녀의 예절과 인성교육에 철저하다.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이다. 미셸 오바마가 영부인 시절 딸들을 방학 때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도록 지도한 것도 자녀들의 독립 의지를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보통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건강한 가치는 이처럼 잘 교육받은 청소년들에 의해 전승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 교육에 갇혀 세상과의 소통을 어색해 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소통능력이 떨어지니 자신만의 독선에 갇혀 공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를 예상하면 끔찍하다. 사회를 떠받치는 도덕과 가치가 부재한 나라가 될까 봐 그렇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미국 중산층 버금가게 누리는 경제적 성취에 덧붙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청소년 인성교육에 전념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명선 전 한국발전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