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은 천하에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요, 또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기준에 네 종류의 등급이 생긴다고 하였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아래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나쁜 것을 좇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요, 가장 낮은 것은 나쁜 것을 좇아서 해를 보는 것이라 하였다. 참으로 대학자다운 식견이다.
옳은 일을 해서 이익을 얻으면 그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옳은 일을 하다 해를 당해도 좋다 생각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올바른 이야기를 하다 유배를 가는 해를 당하더라도 마땅히 선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산은 생각한 것이다. 다만 나쁜 일을 하며 이익을 얻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산은 자식들에게 자신을 유배 보낸 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고, 마침내 이익도 얻지 못하고 해만 입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로움이 무엇이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산의 편지 말미에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그리고 또 하나는 폐족(廢族)이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의 편지를 읽은 두 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폐족으로 전락한 가문의 자식이지만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버지 다산 버금가는 위대한 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과 함께 시작된 조기 대통령선거로 정치적 이합집산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지조를 버리고 이익이 되는 곳으로 자신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산의 말처럼 올바른 것도 아니고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양심과 영혼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막대한 자본으로 유혹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정도면 환경과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을 거라며 당근으로 유혹하는 사례들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 세상은 그렇게 변했다. 영혼을 잃은 전문가와 관료들이 거대한 자본과 합작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만백성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다산의 의리와 자존심을 배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비루한 모습으로 살지 않는 세상, 그것이 진정 다산이 꿈꾸었던 한 세상이 아닐까 한다.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무섭다.
'명예롭게 살다 빛나게 죽고자 한다.'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