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혜왕(惠王)이 진(陳)나라를 멸망시켰다. 이때 형혹(熒惑)이 심수(心宿)라는 별자리에 들었다. 천문에서 형혹은 화성(火星)으로 동양 고대에서도 전쟁의 신이라 불려서 화성이 침범하는 별자리에 해당하는 나라는 불길의 징조로 여겼다. 심수라는 별자리는 동방(東方) 청룡(靑龍) 7개의 별자리 중 가운데 위치한 별인데 중국에서는 춘추시기 송(宋)나라의 분야에 해당한다고 여겼다. 당시 송나라의 임금이었던 경공(景公)이 근심 걱정을 하였다. 그러자 천문을 관측하는 일을 맡아본 자위(子韋)가 말하였다. "흉조가 제상한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제상은 나의 팔과 다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흉조가 백성에게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임금은 백성을 기다리는 존재이다." 자위가 또 이르길, "한 해의 농작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한 해의 농작을 망쳐 백성이 굶주리면 나는 누구를 위한 군주란 말인가!? 그러자 자위가 "하늘은 높지만 낮은 곳에서 듣습니다. 군주께서 군주다운 말씀을 세 번 하셨으니 형혹성에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는 천문을 관측 하니 과연 3도를 옮겨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상은 사기의 기록인데 어떻게 경공이란 군주가 이런 말을 했다고, 그 때문에 형혹성이 움직였겠는가? 다만 사람의 마음의 기틀인 심기(心機)는 외부세계와 연동되기 때문에 그 심술(心術)을 잘 써야 한다는 경계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아끼는 마음을 하늘이 듣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천체가 높이 떠있는 것 같지만 귀는 땅에 대고 있다니 이게 바로 자기 수성(修省)의 경계일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