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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1935~)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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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마음은 색깔이나 형태가 없기 때문에 만지지 못하며, 생각으로 그것을 좇아 표상된 언어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저마다 시시각각 변질되기 때문에 표현했을 때, 본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인지, 왜곡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진정한 자아를 안다는 것은 흙탕물 속에 있는 진주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다. 마음은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이 한곳에 있지 않고 흔들리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다. 다만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내면의 울음을 통해 자신을 흔드는 것이, 마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