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나무는 늦겨울에 따스한 봄의 온기를 전해 주는 전령사 역할도 하는데 붉은 꽃잎이 이제 막 단장을 마친 여인의 붉은 입술을 닮았다고 해서 '여심화'라 부르기도 한다. 동백의 활짝 핀 화려한 꽃송이는 숲을 불태울 듯 한 정경이지만 꽃이 떨어진 후에도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시 꽃을 피우는 듯하다. 동백꽃은 질 때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꽃봉오리 전체가 떨어져 나무 아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꽃 필 때의 청초함과 눈부신 아름다움을 꽃이 지고난 후에도 한 결 같이 간직하고 있어 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한편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애잔함을 노래하게 하는 꽃이다.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프랑스의 문호 뒤마의 소설 '춘희'를 비롯해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과 오페라 등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꽃이 지는 모습이 불길하다고 해 제주도나 일본에서는 집안에 심는 것은 금기시 해왔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며 크게 자라면 7~8미터까지 자라는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이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다. 동백나무는 주로 해안가에 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자라는 곳에 따라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화려한 꽃 잔치를 이어간다. 이른 봄 가지 끝에 1개씩 피는 꽃은 5개의 꽃받침 위에 5∼7장의 꽃잎이 있고 그 안에 노란색 수술이 자리 잡고 있다. 줄기는 회백색이고, 사계절 내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잎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곤충이 없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동박새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조매화이다. 향기보다 강한 꽃의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동백나무는 녹색의 작은 방울같이 생긴 열매도 보기 좋다. 열매는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개로 벌어지고 그 안에 잣처럼 생긴 종자가 들어있다.
동백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나무는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데, 열매는 기름으로, 꽃과 잎은 약재로 쓰였는데 무엇보다도 많이 쓰인 것은 열매에서 짜낸 기름이다. 맑은 노란색의 동백기름은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이 많아 쉽게 산화되거나 증발되지 않고 공기 중에 놔두어도 잘 굳지 않아 등잔용 기름이나 윤활유, 화장품으로 이용했다. 동백기름은 식용으로도 사용했는데 맛도 괜찮은 편이고 심장병과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특히 옛날 여인들은 이 동백기름이 필수품이었는데 머릿결이 갈라지거나 끊어지는 것을 방지해 윤기 있고 단정한 머릿결을 만드는데 썼다. 동백나무는 재질이 단단해 다식판이나 얼레빗, 화장대 등을 만드는데 사용했고, 가정에서는 동백꽃을 말린 가루를 상비약으로 준비했다가 화상과 타박상, 지혈 등에 사용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