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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가 시작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은 헌법재판관 8명의 전원 탄핵 인용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헌법재판관은 10일 오전 11시 박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점 등이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최순실 국정 개입' 사태는 헌재의 박 대통령 파면 선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날 선고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했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 경부터 2016년 4월 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과 미국 국무부 장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했다. 

최서원은 이 문건을 보고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직무 활동에 관여하기도 했다. 최서원은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며 이를 국가공무원법상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봤다.

또 최서원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현대자동차 그룹에 거래를 부탁한 점, 미르·K스포츠를 설립해 기업들로부터 출연을 받은 점, K스포츠 설립 하루 전 최서원이 세운 더블루K가 K스포츠 운영에 관여한 점, 최서원이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KT와 현대차그룹의 광고 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한 점 등 박 대통령이 최서원의 이익 추구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행위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비난했다"며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원리를 훼손한 것"이라며 "대국민담화에서 피청구인은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하는 등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같은 위헌·위법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다만 헌재는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부당한 인사를 지시한 점과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압력을 행사한 점은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보기에 불분명하고 세월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행사해야 할 생명권 보호 의무·직책 성실 의무를 위반한 점은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이번 심판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 등에 대해 헌재는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선 결국 심리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탄핵 소추로 인한 대통령 권한 정지 상태라는 헌정 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라며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 결정하는데 헌법·법률상 문제가 없는 이상 헌재로선 헌정 위기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