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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16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 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안에는 내년 재창업에 도전하는 소상공인 3천 명에게 교육, 컨설팅, 정책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것과 폐업하거나 폐업을 눈앞에 둔 소상공인 8천500명에게 사업정리 컨설팅, 재기 교육 지원 등이 담겨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각 인근 식당에 붙은 구인광고 모습./연합뉴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방승우(58)씨 부부가 24시간 동안 편의점 일을 보며 손에 쥐는 금액은 한 달 400만원 남짓. 

올해 최저임금(6천470원)만 적용해봐도 아르바이트 1명 당 최소 13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어서 부부가 교대로 나와 일하고 있다. 

방씨는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해보면 아르바이트 생이 점주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대로면 영세 자영업자가 다 문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다는 소식에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졌다. 

특히 편의점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컸다. 

수원 인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모(44·여)씨는 아르바이트 5명에게 총 매출의 40%를 인건비로 주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이후를 카페의 '존폐 위기'로 보고 있다. 

오씨는 "큰 폭으로 오르는 임금에 맞춰 커피 등 상품의 가격을 올릴 게 아니라면 폐업을 막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을 총동원해 카페를 운영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소규모 제조업체는 직원에게 시급이 아닌 월급 형태로 임금을 주고 있지만, 월급 인상으로 인한 영업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직원 4명 규모의 특수고무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공병갑(57) 씨는 "공장은 시급이 아닌 월급으로 주는 곳이 대부분인데 시급이 오르면 월급도 올려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내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은 다 망한다고 봐야 한다. 

인건비가 오르는 만큼 판매 단가도 오르면 문제가 안 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충을 이야기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될 시간제 근로자들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아쉬움과 우려를 드러냈다.

수원 인계동 편의점에서 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4·여)씨는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돼 취업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는 시간이 크게 늘게 됐다"면서도 "취업준비생이 아닌 실질적으로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7천530원은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3개월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정유빈(22·여) 씨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임금이 오른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요즘 같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편의점 업주가 부담을 느꼈을 때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 기업 직원들은 임금 인상을 기대하면서도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는 등 마음이 복잡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화장품 제조 기업의 하청 업체에서 생산 관리직을 맡고 있는 김광석 차장은 "관리직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사정을 알기 때문에 인건비가 오르면 회사가 기울게 뻔하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더 주면 더 줬지 사람을 줄이진 못 할 거다. 사람을 줄이기 시작하면 나머지 직원들이 쉽게 동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소규모 직장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다.

/배재흥·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