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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대형마트 3사 등 유통업계에서 계란 판매 잠정 중단에 들어갔다. 15일 오전 수원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가 텅비어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납품업자 "소비위축 매출 뚝"
"AI·폭염 이어 타격" 한숨만
대형마트 3사 매대 자취감춰

학교·어린이집 급식도 비상
"학부모 걱정 당장 식단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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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갑자기 계란 전쟁이 나버린 거죠"

15일 오후 3시, 수원 송죽동에서 만난 이원섭(56)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수원지부장은 "정부에서 자정에 갑자기 계란 유통을 막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거래처에서도 살충제 계란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 납품을 하지 말라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수원·화성·오산에 하루 평균 1천판을 납품하고 있다. 이 날도 계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에어컨과 선풍기가 24시간 가동되고 있었지만, 소비 위축으로 유통이 뚝 끊기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프랜차이즈 만두집을 운영 중인 목인숙(51·여)씨도 "AI 파동 때 매출이 20% 정도 줄었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계란을 먹으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생겨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여름까지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폐사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출하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

비슷한 시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란 판매대에는 계란 대신 라면, 즉석밥, 즉석 자장면 등 다른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날부터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판매대 옆에는 "정부의 잔류 농약 전수 검사 결과 합격 판정된 농장의 상품만 유통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열할 예정입니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장을 보러 온 소비자 황모(50·여)씨는 "계란 한판 가격이 1만 원까지 치솟더니 이제는 살충제 성분까지 검출돼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학교와 어린이집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안산 어린이집 교사 김모(38·여)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계란찜, 계란말이 등 계란 음식을 자주 해주고 있다"며 "엄마들이 살충제 계란 뉴스로 불안해할 테니 당장 내일부터 급식에서 계란을 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도 뜨거운 반응들이 이어졌다.

수원·화성·오산 맘카페 등에는 "어떻게 계란에 살충제를 쓸 생각을 했나 화가난다", "제발 먹는 것에 비양심적인 짓 좀 하지말자 "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윤영·손성배·공승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