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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사진은 지난 2014년 여성 운전 금지에 항의하는 운동의 하나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동안 금지했던 여성의 운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칙령을 통해 내년 6월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허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써 지구 상에서 여성 운전을 금하는 나라는 없어지게 됐다.

이번 칙령은 30일 이내에 실행 방안을 제시할 위원회를 구성해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통법규 조항을 내년 6월 24일까지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고 SPA통신은 전했다.

살만 국왕은 칙령에서 "여성 운전의 장단점에 대해 종교계의 의견을 넓게 청취한 결과 사회의 안전과 연녕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며 "여성 운전을 허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법은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 운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외국인 여성도 사우디에서는 운전할 수 없었다.

운전한 여성은 체포돼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에서 여성이 차로 외출하려면 가족 중 남성 보호자(마흐람)나 고용된 기사가 운전을 대신 해야 한다.

사우디는 2015년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하는 등 최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여성의 정치, 사회적 권리를 확대하는 조처를 했지만 여성 운전은 제외됐다.

이번 여성 운전 허용 발표 직후 사우디 안팎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사우디는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는 관습과 공공장소나 직장, 학교, 식당 등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정책이 여전하다. 스포츠 경기장엔 여성 입장이 금지된다.

또 국내외를 여행할 때도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성의 권리가 매우 제약된 곳이다.

/양형종 기자 yang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