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의 적절한 대응과 희생에 대한 주위의 칭찬과 격려보다 뜨거운 화마에 밤새도록 온몸이 쑤시고 아파도 모두 무사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우리를 단단하게 묶는다.
소방관의 업무는 타 들어가는 화재현장과 급박한 구조·구급의 현장활동만이 아니라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예방행정으로도 만들어진다.
얼마 전 파주소방서는 '화재 없는 안전마을'을 지정, 일반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기초소방시설 없이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소화기 및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보급하는 '안전 나눔운동'을 벌였다. 행사 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방관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좀 더 안전해졌다는 주민들의 각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전에 대한 우리의 책무는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따라 다닌다. 특히 최근의 대형화재를 계기로 우리는 평소의 안전의식과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간단한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으로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서 평소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게 됐다.
안전관리는 정부의 엄격한 규제 아래 운영되는 제도와 지도가 아니라 민간 스스로 실천을 통해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각자가 관리의 주체로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설을 점검, 확인하면서 반복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재난사고를 예방하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재난현장에서 관(官)의 대응과 수습은 당연하지만 이젠 민간의 적극적인 예방활동 참여와 안전관리 법령 준수, 기본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자율안전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자율안전관리체계는 재난사고의 대비와 대응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단순히 법률에서 정하는 행정사항만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영향을 확인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예방행정이다.
대장간의 풀무통처럼 그 안은 텅 비어 있지만 끊임없이 바람을 일으켜 쇠를 녹이듯 민간은 자율안전관리 확립에 힘쓰고, 우리 소방은 일상적인 행정관행을 버리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민간에게 제시하는 안전문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재난으로부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민간이 주도하고, 비록 큰 재난이 닥치더라도 우리 소방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형 재난사고를 막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망각되고, 다시 끔찍한 대형사고를 맞이하는 절망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자율안전관리를 기둥으로 삼아 생명존중의 책임감으로 '예방하는' 나눔의 희망을 선택하는 겨울이 되기를 기원한다.
/최문상 파주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