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701000452200020691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지난 4일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인 팔미도 등대를 취재차 들렀는데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이들이 등대를 지키는 사람을 등대지기로 부르는데, 정작 등대에서 일하는 이들은 등대지기로 불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등대지기라는 표현이 너무 외롭게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전문직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기'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직업을 두고 '~지기'라고 부르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도 경비원을 '문지기'라 부르지 않고, 역무원을 '역지기', '철도지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항로표지관리원이 직업의 정식 명칭이고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가 일터의 정식 이름이다.

이번에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이 등대 와 같은 전국의 항로표지 5천289기(올해 3월31일 기준) 가운데 가장 많은 725기(13.75%)가 인천에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의 바다가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항로가 복잡하고 길 뿐 아니라 안개도 심해 다른 항만과 비교해 배들이 드나드는 여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는 '등대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9차 IALA(국제항로표지협회) 컨퍼런스가 열린다. 4년에 한 차례 열리는 행사로 83개 회원국 49개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국제항로표지 중장기정책과, 항로표지 신기술과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전 세계 40여개국의 등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도 준비된다고 한다. 내 고장을 드나드는 배들을 안전하게 안내해주는 '항로표지시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행사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