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들이 등대를 지키는 사람을 등대지기로 부르는데, 정작 등대에서 일하는 이들은 등대지기로 불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등대지기라는 표현이 너무 외롭게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거나 전문직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기'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직업을 두고 '~지기'라고 부르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도 경비원을 '문지기'라 부르지 않고, 역무원을 '역지기', '철도지기'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항로표지관리원이 직업의 정식 명칭이고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가 일터의 정식 이름이다.
이번에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이 등대 와 같은 전국의 항로표지 5천289기(올해 3월31일 기준) 가운데 가장 많은 725기(13.75%)가 인천에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의 바다가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항로가 복잡하고 길 뿐 아니라 안개도 심해 다른 항만과 비교해 배들이 드나드는 여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는 '등대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9차 IALA(국제항로표지협회) 컨퍼런스가 열린다. 4년에 한 차례 열리는 행사로 83개 회원국 49개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국제항로표지 중장기정책과, 항로표지 신기술과 미래 비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전 세계 40여개국의 등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도 준비된다고 한다. 내 고장을 드나드는 배들을 안전하게 안내해주는 '항로표지시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행사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