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인천항 오토배너호 화재로 생긴 연기에서 미세먼지, 악취물질, 중금속 등 인체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선박 내 1천460대가 넘는 차량이 불에 타면서 유해물질 발생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인천시는 시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보내는 것에 그치는 등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27일 인천시에 따르면 화재 첫날이었던 21일 하루 동안 인천항 1부두 인근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는 보통수준(31~80㎍/㎥) 평균치의 7배가량인 377㎍/㎥로 측정됐다.

이어 23일에도 선박 내 화재가 계속되면서 중구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176㎍/㎥, 동구는 150㎍/㎥까지 올라갔다. 이번 선박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미세먼지 수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인천시는 보고 있다.

연기 흡입으로 인해 두통, 메스꺼움을 겪었다는 민원 관련 악취검사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악취물질이 함께 작용했다.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복합악취는 화재 현장에서 기준치의 약 45배, 1㎞ 떨어진 곳에서도 3배 높게 측정됐다.

또 화재현장 인근에서는 납, 카드뮴, 구리, 니켈 등 중금속도 기준치보다 4.6배에서 25배까지 검출됐다.

지난 4월 인천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공장에 이어 이번 인천항 오토배너호 화재 때도 인천 전역에 퍼진 연기의 인체 유해성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화재에서는 차량 타이어, 시트, 연료 등이 불에 타는 상황에서 유해물질이 연기에 포함돼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인천시는 지난 21일 화재 발생 3시간 이후에 보낸 화재 재난문자에 이어 23일 연기가 확산했다고 알리는 것이 전부였다.

시는 화재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1시간 단위로 측정한 결과를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시민에게는 재난문자를 알리지 않았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대형화재로 인해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지자체에서 파악이 가능한 부분부터 계속해서 시민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주의보, 경보 체계를 만들어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위험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것은 재난문자인데 글자 수의 제한이 있어 주민들의 걱정을 해소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확인되는 사안은 주민들에게 바로 전파할 방법을 찾고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문제를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