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전제는 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지난 5월 1일의 전남 영암군 버스사고에서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났음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농번기가 되면 농가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들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고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노인들은 농촌지역 일터로 내몰린다. 작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농촌지역 농기계 관련 안전사고는 총 847건이었으며, 이 중 5월, 8월, 10월에 전체 사고의 45%인 371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는 농촌지역의 농기계 관련 사고는 모내기를 비롯한 각종 작물의 파종시기인 봄철과 수확기인 가을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이지만 농번기가 되면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지역엔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 함께 농사일을 도와주러 다닌다. 문제는 최근 농촌의 노인들이 일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과속과 인원초과 탑승, 운전미숙, 안전벨트 미착용, 경운기 등 미숙운전자의 안전의식 미비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영농철 시기에 농촌 인력 운송차량의 대형사고가 잦은 이유를 운전자와 탑승자, 운송업체의 준법·안전 의식 부족에서 찾는다. 운송버스의 운전자는 빠듯한 작업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일찍 달려가고, 작업이 끝나면 서둘러 귀가해야 하는 관계로 과속 질주와 신호 위반, 곡예 운전, 정원 초과 등 위험 운전을 할 때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지역 교통사고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안이 있다.
영암 버스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 운송업체가 난립하고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들의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정확한 운송업체 실태 등이 파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맞추려 승차 인원을 초과해서 태우거나 차량을 개조해 승차 인원을 늘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도 낡고 노후되어 사고 위험을 더 높이는 것도 문제다.
이번 영암 사고 버스도 2002년 출고된 사용연수 15년을 넘긴 노후차로 자가용 버스로만 등록됐지 영업용 신고는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하나의 요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좋지 않은 방향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발생한다.
농촌지역의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와 탑승자, 그리고 운송업체의 준법이나 안전 의식만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이제는 교통수단이 되는 차량에 대하여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사고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용되고 있는 차량이나 도로, 기타 교통 관련 시설물에 대한 꼼꼼한 점검도 병행되어야 한다.
농번기를 맞아 일손이 부족한 농촌지역의 현실적 사정과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농촌의 노인인구 문제를 감안한다면 봄철 농촌지역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박용철 포천경찰서 경비교통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