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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여우비'는 옛 이야기에서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너무 슬퍼 우는 비를 말한다.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를 가르쳐 '여우비'라 한다.

요즘 안양시청에는 때아닌 '여우비'가 종종 출몰(?)해 민원인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양시청을 자주 찾는 민원인들이 공통으로 취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청사에 들어올 때는 고개를 숙이며 뛰고, 나갈 때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뛰는 것. 시 역시 민원인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시청사 입·출구마다 안내 표시판을 세워 놓고 있다. 이는 안양시가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 절감 대책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인공 비 살 수 시범운영 때문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시청사 건물 옥상에 미스트나 인공 비 발생 시설을 별도 설치해 지상으로 인공 비를 뿌리고 있다. 인공 비는 건물 동서남북 4개면 모두에서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을 기록할 때 1시간씩 매일 3회에 걸쳐 내리고 있다.

시는 다음달 말까지 인공 비 살 수를 시범 운영한 다음 데이터를 축적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할 예정이다. 시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치를 토대로 만약 인공 비가 미세먼지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학교 등 교육시설을 비롯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장소를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 환경부의 대기환경 발표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대기오염농도 수준이 '나쁨'이거나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는 보행자나 공원에서 운동하는 시민들, 학교에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대다수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단체장 이상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깨끗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앞다퉈 미세먼지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선거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면 나무 심기, 경유차 조기 폐차 유도 등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추진해야 하는 중장기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앞에 닥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안양시의 '여우비' 시범운영 사업처럼 내 집 앞 미세먼지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보면 어떨지 싶다.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