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슈퍼 태풍 '망쿳'이 강타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주민들이 폭풍우를 뚫고 물바다가 된 도로위를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마닐라 AP=연합뉴스
엄청난 위력을 지닌 슈퍼태풍 '망쿳(MANGKHUT)'이 필리핀을 강타하고 중국 남부 해상을 향하고 있다.
15일 새벽 태풍의 중심이 상륙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은 엄청난 바람과 폭우로 건물 일부가 파괴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을 지나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유지하고 있는 태풍 망쿳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강력하게 발달한 태풍이어서 그 위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태풍 망쿳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카테고리 5등급'의 허리케인에 상당하는 슈퍼 태풍으로 분류할 만큼 강력하게 발달한 태풍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망쿳은 필리핀 북부지역에 상륙한 직후인 15일 새벽 3시에 중심기압 910 헥토파스칼(hPa), 강풍반경 450㎞, 최대풍속 초속 56m(시속 202㎞)의 세력을 나타냈다. 필리핀 육지를 관통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 현재에도 중심기압 940 hPa, 강풍반경 420㎞, 최대풍속 초속 47m(시속 169㎞)로 여전히 매우 강한 중형태풍의 위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국가태풍센터는 태풍의 최대 풍속이 초속 44m 이상이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하는데, 태풍 망쿳은 필리핀을 강타하며 육지를 가로지른 후에도 '매우 강한' 수준을 유지하는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보통 태풍의 위력은 중심기압과 바람의 세기로 가늠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한' 태풍의 중심에서 부는 초속 33m 이상의 바람에는 기차와 같은 대형 교통수단이 전도될 수 있으며, '매우 강한' 태풍의 초속 44m 이상 바람에는 건물이 붕괴 될 수 있다.
최고 시속 285㎞의 돌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망쿳'이 강타한 필리핀 북부의 도시에서 주민들이 참혹하게 부서진 상점을 살펴보고 있다. /마닐라 AP=연합뉴스
태풍 망쿳이 필리핀 상륙 당시 보였던 910hPa의 중심기압과 최대풍속 초속 56m는 태풍이 갖는 가장 센 강도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만나본 적이 없는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나간 태풍 중 가장 큰 피해를 입힌 태풍으로 꼽히는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RUSA)'의 경우 우리나라 남부해안에 상륙한 8월 31일 오후 3시에 중심기압 960hPa, 최대풍속 초속 36m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위력으로도 태풍 루사는 8월 30일부터 9월 1일 까지 사흘간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이재민 8만 8천여 명, 사망·실종 246명, 재산피해 5조 1천419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겼다.
그 다음해 발생해 역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남겼던 2003년 제 14호 태풍 '매미(MAEMI)'의 경우, 남태평양을 지나던 9월 11일 새벽에 중심기압이 910hPa을 나타내며 가장 강한 위력을 보였다. 하지만 매미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9월 12일에는 중심기압 954hPa, 최대풍속 약 40m 수준으로 약화됐다. 태풍 매미는 이 정도 위력으로도 우리나라에 131명의 인명피해와 약 4조 2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긴 최악의 태풍 중 하나로 기록됐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이 강타하며 7천3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바 있으며, 이에 앞서 2009년 태풍 '온도이' 때도 24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필리핀기상청은 이번 태풍 '망쿳'이 태풍 '하이옌' 때보다 1m 더 높은 폭풍해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으나, 워낙 강한 태풍이 강타하면서 역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