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은 남문시장서 소매업 종사
남수동 등 걸음마다 '촘촘한 기록'
완주 욕심보다 '깨달음' 독자 권해

소설가 김남일의 신간 에세이집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난다 펴냄)는 수원 화성을 주제로, 작가가 제 고향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촘촘한 기록물이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그는 온전한 화성 일주를 시도했다.
"수많은 소설을 쓰고 했지만 고향인 수원을 배경으로 한 것은 첫번째 장편소설 '청년일기'뿐이다. 일종의 고향 컴플렉스가 있던 것 같다. 소설가 친구들 중 시골에서 어렵게 자라 오히려 그러한 어려움이 소설에 힘이 되곤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난 평범하게 살았다. 부모님은 수원 남문시장에서 소매상을 하셨고 큰 어려움 없이 자랐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글 쓸때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숲에 있을 때 숲이 잘 보이지 않듯 이제야 돌아보게 된 고향.
그는 "고향을 한참 떠나온 후에 다시 들어가 돌아보게 된 고향 곳곳은 이제야 뭔가 말이 되고 궤가 맞는다는 듯 '이해'라는 고개 끄덕거림을 자주 행하게 한다"고 말한다.

책제목 속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을 뜻한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지만 수원 화성에 관해 생생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얘기한다.
작가는 팔달산이며 서장대며 화서문, 용두각으로 불리던 방화수류정, 동문, 남수동, 화성행궁, 구천동, 양키시장, 시민관, 나아가 나혜석의 기록까지 묵묵히 걸어내고 찍어가며 현장의 기록을 써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주하면 좋을까. 그는 말한다. "수원 화성 일주에 원칙 같은 건 없다.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좋고, 어디서 끝마쳐도 상관없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그리고 완주에 대한 욕심을 거두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비 오는 날, 혹은 벚꽃잎들이 눈처럼 펄펄 날리는 날, 한번쯤 수원을 찾아오길 권한다.
"수원에, 화서역에, 서호에 어떤 연고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없으니, 그저 호수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그러다가 공원 안쪽에 자리잡은 커피숍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놓고 비 내리고 꽃잎 나리는 창밖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기억이 될지 모른다."
끝으로 그는 "아직 살아 계신 아버지의 근 백년 삶이 묻어 있는 도시가 수원이다. 그동안 게을러 고향을 담아내지 못했지만 앞으론 담아낼 생각이다. 글쓰면 늘 아쉽고, 글을 쉽게 쓰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꾸준히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다음 고향얘기를 기약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